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 2025-04-08 16:40:48
서부산권의 고질적인 교통난 해소를 위한 부산도시철도 하단녹산선 건설사업 발주를 앞두고 부산교통공사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건설 경기가 살얼음판을 걷는 가운데 연약 지반을 관통하는 지하 노선 등 공사 난도도 상당해 적정 기업을 찾기 힘들다는 우려다.
부산교통공사는 이달 중 조달청을 통해 1조 2800억 원 규모의 도시철도 하단녹산선 건설사업을 발주할 계획이라고 8일 밝혔다. 여러 건설업체가 각 공구 공사를 맡는 다른 도시철도 공사와 달리 하단녹산선은 단일 공구로 하나의 건설업체가 설계부터 시공까지 책임지고 마친 후 발주자에게 인도하는 방식인 ‘턴키방식’을 택했다.
부산교통공사는 내년 9월까지 착공을 희망하고 있다. 선정 업체는 하단역에서 을숙도, 명지국제신도시를 거쳐 녹산국가산단까지 이어지는 13.47km 구간을 시공한다. 조달청 공개입찰이 두 번 유찰되면 규정에 따라 수의계약으로 전환해 시공 업체를 찾는데 속도를 높일 수도 있다.
그러나 건설업계 불황과 연약 지반으로 인한 공사 난도 등으로 적정 업체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명지국제신도시 일대 2.3km 구간은 지하로 계획돼 연약 지반을 뚫어야 한다. 이곳은 충적층(하천에 의해 퇴적물이 쌓인 굳지 않은 퇴적층)으로 지반이 튼튼하지 않아 굴착이 어렵다. 이에 현재 1km당 900억 원 정도인 공사 대금을 인상해야 수익성이 확보돼 건설업체가 지원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원자잿값 상승 등으로 건설업이 불경기에 빠지며 도시철도 사업 자체가 매력적이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광주 도시철도 2호선 공사 구간 일부는 낮은 공사 대금 등으로 5차례 유찰돼 공사 업체 찾기에 난항을 겪고 있다.
전문가는 서부산권 일대가 지하 70m까지 연약 지반이라며 상당히 어려운 공사 환경이라 분석했다.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박창근 교수는 “바다와 낙동강에서 지하수가 유입될 수도 있다”며 “지반을 강화하는 그라우팅 공법과 함께 지반을 뚫어야 한다”고 말했다.
철새도래지를 지나는 노선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도 넘어야 할 과제다. 교량으로 을숙도를 지나는 구간에 대해 환경부 등과 협의를 거쳐야 한다. 부산교통공사는 지난 1일부터 12억 원을 들여 ‘환경영향평가용역’을 실시했으나, 과거 엄궁대교 대저대교 사업에 환경단체가 반발한 것과 같은 상황이 되풀이될 수도 있다.
부산교통공사 측은 명지국제신도시 일대가 지반 보강이 된 상태로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밝혔다.
부산교통공사 관계자는 "하단녹산선을 공사하면서 또 지반을 보강할 것이고 바다나 하천과도 거리가 있어 지하수 유입은 없을 것으로 추정한다"며 "지금은 관심을 보이는 업체가 두 군데 정도 있는데, 정확한 건 발주가 되고 나서의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