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인 기자 si2020@busan.com | 2025-04-08 16:25:36
자금줄이 꽉 막힌 GC녹십자가 ‘쪼개기 상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녹십자홀딩스 등 녹십자 상장 계열사들의 주가가 52주 신저가를 연일 뚫고, 곤두박질치고 있는데도 주가 관리보다는 자금 수혈에 집중하면서 주주들의 원성은 커져가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녹십자홀딩스는 이달 3일 주가가 1만 2510원을 기록하면서, 52주 신저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 가격은 수정 주가 기준 2013년 11월 이후 약 12년 만에 최저가다.
녹십자(GC) 그룹 계열사 중 현재 총 6개 회사가 상장돼 있다. 녹십자홀딩스뿐 아니라 △녹십자 △녹십자웰빙 △녹십자엠에스 △지씨셀 △유비케어 등의 주가도 최악이다. 녹십자엠에스를 제외한 회사의 주가는 최근 52주 신저가 기록을 모두 경신했다. 녹십자엠에스도 지난해 12월 10일 장중 기록한 3090원이 52주 신저가인데, 현재 주가에서 약 10%만 내려가도 똑같은 상황에 직면한다.
회사는 유전체분석기업 GC지놈 상장에 혈안이다. 회사의 자금줄이 점차 막혀가고 있기 때문이다. GC지놈의 지분 구조를 살펴보면, 녹십자가 지분 23.37%를 들고 있어 최대주주이며, 녹십자홀딩스(11.5%), 지씨셀(0.12%), 녹십자엠에스(0.09%) 등도 지분을 보유 중이다.
GC지놈의 최대주주인 녹십자의 지난해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25억 원을 기록했다. 2023년(497억 원) 대비 반토막 난 수치다. 2023년도 2022년(1053억 원) 대비 50% 넘게 줄었는데, 다시 한 번 절반 이상 줄어들면서 현금이 급격히 고갈되고 있다. 녹십자홀딩스의 경우 같은 기간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고작 7억 원을 남겨 둔 상태다. 전년(1745억 원) 대비 99.59% 감소한 수치다.
회사는 기술특례상장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은 사례라며 자화자찬 중이지만, 이미 녹십자 그룹에 투자해 손해를 보고 있는 투자자들은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GC지놈이 결국은 GC그룹 내부거래로 성장하고 있고, 이 기업을 쪼개기 상장하는 것은 다른 계열사들이 상장하면서 걸어온 길을 똑같이 걷겠다는 행위라는 것이다.
실제로, 녹십자는 녹십자웰빙, 녹십자엠에스, 지씨셀, 유비케어 등 계열사 초기 출범에 자본금을 출자했다. 녹십자홀딩스는 녹십자의료재단 등 그룹 내부 매출 창출로 계열사들에 산소호흡기를 달아주는 식의 지원을 벌였다. 그 결과 회사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있고, GC지놈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게 주주들의 평가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그룹 입장에선 GC지놈의 상장이 절실할 것”이라며 “핵심 지주사 격인 녹십자홀딩스와 녹십자 등의 자금 경색이 일어나는 상황에서 주주들 신경 쓸 새가 있겠나”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