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 2025-08-11 18:33:54
부산·경남 행정통합에 대한 시도민 공론화 작업이 상반기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지만 추진 동력이 크게 떨어진 모습이다. 행정통합에 대한 시도민들의 열기가 뜨겁지 않은 데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가 오히려 지역 화두로 다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내년 지방선거 이후 부산·경남 두 지역의 지자체장 중 한 명이라도 소속 정당이 바뀐다면 기존의 행정통합 방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마저 제기된다.
11일 부산·경남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에 따르면 공론화위는 12일 부산시상수도사업본부에서 9차 회의를 개최한다. 이날 회의에서는 부산 시민과 경남도민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1차 행정통합 인지도 조사 일정 등을 논의한다.
앞서 지난달 25일 경남 창원컨벤션센터에서 마지막 남은 권역별 행정통합 토론회를 진행하려 했으나 경남 수해 복구, 이재명 대통령 부산 타운홀미팅 등을 이유로 잠정 연기됐다. 토론회를 마친 뒤 시도민 인지도 조사를 추진하려 했는데 이 역시도 뒤로 밀렸다.
이에 12일 예정됐던 부산·경남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의 ‘부산·경남 행정통합 인지도 조사 결과 브리핑’ 일정도 취소됐다.
공론화위 한 관계자는 “경남 수해 복구 등 지역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토론회가 연기됐다. 창원 토론회는 이달 말로 계획하고 있으며 인지도 조사는 어떻게 진행할 지 12일 회의에서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부산·경남 행정통합 인지도 조사 등이 2주가 넘도록 정해지지 않으면서 시도민들의 관심에서 더 멀어지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앞선 7번의 토론회에서도 시도민들의 열기는 뜨겁지 않았다.
특히 경남에선 부산·경남이 행정통합을 추진한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주민도 많았다(부산일보 7월 18일 자 10면 보도). 서부경남 주민들은 부산 쏠림 현상을 우려하며 통합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기도 했다. 공론화 단계에 진입했지만, 여전히 주민 공감대 형성이 되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부산·경남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 공동위원장 2명 중 경남 측 수장이었던 권순기 공동위원장이 사임하면서 분위기는 더욱 차갑게 식었다 .권 위원장은 지난달 11일 진주시에서 열린 부산·경남 행정통합 시도민 토론회에서 “내년 경남교육감 선거 출마 예상자로 거론됨에 따라 공동위원장 자격을 유지하는 것이 위원회 활동, 도정에 부담을 줄 우려가 높다”는 이유로 사임했다. 경남도가 지난달 말 부산·경남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 새 공동위원장에 정원식 경남대학교 명예교수를 임명했으나 다소 동력이 떨어졌단 해석이다.
새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정책도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부울경 메가시티가 다시 부상하면서 부산 경남 행정통합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지난달 25일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부산 타운홀 미팅에서 지방분권과 지역 균형 정책을 총괄하는 김경수 지방시대위원장은 ‘선 협력 후 통합’을 언급하며 행정통합보다는 메가시티를 강조했다.
당시 김 위원장은 “협력을 통해서 권역별로 경제권과 생활권이 하나로 되게 만드는 사업이 우선적이어야 된다”고 말했다. 단순한 행정구역 조정이나 외형적인 통합이 아니라, 주민의 삶과 지역의 실질적 연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부산·경남 행정통합이 실제 추진되기 위해선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데 엇박자가 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공론화위는 행정통합이 장기 과제인 만큼 하반기 권역별 토론회와 여론조사 등 올해 안에 남은 절차부터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두 지역 행정통합의 성패가 양 시도민의 공감대 형성에 달린 만큼, 하반기 권역별 토론회에서는 행정통합에 대한 효과 전달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공론화위 절차가 올해 차질 없이 마무리되더라도 내년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방향은 언제든 수정될 수 있단 관측도 제기된다. 만약 지금의 행정통합을 추진하는 지자체장이 바뀐다면 지역 광역화 방식이 새롭게 설정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부산시 관계자는 “메가시티의 궁극적 목적도 결국은 행정통합이고 지역의 요구와 이해관계를 무시할 수 없다”며 “주민들의 충분한 공감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공론화 과정을 거치고 조정하는 과정이다.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계속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