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조, 부산의 긍지 담아 시민이 지켜낸 지역 최고 향토 기업 [기업 살리기 프로젝트]

사명 ‘대선’은 ‘대조선’ 줄임말
한때 사모펀드 매각에 시민 분노
여론 힘 입어 BN그룹이 인수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2025-08-10 19:38:00

1930년 부산 범일동에서 출발한 대선주조 공장. 부산일보 DB 1930년 부산 범일동에서 출발한 대선주조 공장. 부산일보 DB

“대선주조는 향토기업의 정통성을 이어갈 수 있는 지역 기업이 인수해야 한다.”

2010년 대선주조가 시장에 매물로 나오자 부산시가 밝힌 입장문이다. 부산시는 “대선주조는 지역 기업을 넘어 부산과 부산 시민의 정서를 상징하는 존재”라고까지 평가하기도 했다.

대선주조가 지역의 정서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평가받는 데는 이유가 있다. 대선주조는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이자 서민의 삶을 달래주던 지역 소주를 만들던 회사이기 때문이다.

대선주조의 모태인 대선양조(주)는 1930년 7월 25일 부산 동구 범일동에서 출발한 회사다. 회사 이름인 대선(大鮮)은 ‘대조선(大朝鮮)’의 줄임말로, 당시 경쟁사인 ‘대일본 양조’에 대응하고 조선인으로서 긍지와 애국심을 고취시키기 위한 의도로 지어졌을 정도다. 이와 함께 1945년 해방을 전후해 대선주조가 생산, 판매한 소주 ‘다이아 소주’는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소주이기도 하다.

지금의 대선주조가 자리 잡기까지도 시민의 노력이 있었다. 6·25 전쟁 때 피난민이 몰려드는 특수로 기반을 다진 대선주조는 1960년대에 호텔, 골프장, 통조림 공장 등 10개 계열사를 가진 대기업으로 발전했으나 1972년 상속 분쟁 등으로 내분을 겪다 유원산업에 인수됐다.

이후 대선주조는 1974년 박정희 정부가 전국 소주 업체들을 통폐합해 ‘1도 1사’ 체제로 재편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또 1980년대를 거치면서 와인, 오가피주 등 고급 술에 안경테, 골프채를 만드는 제조업에 진출하는 등 사업 다각화를 추진했지만 오히려 이것이 발목을 잡았다.

회사가 어려워지자 2004년 롯데우유(현 푸르밀)에 인수됐다. 하지만 롯데우유가 인수 4년 만에 시세 차익을 내고 사모펀드에 매각하자 시민 분노가 극에 달했다. 당시 시민단체들은 롯데우유 불매 운동까지 벌이며 대선주조 문제를 공론화시켰다. 당시 대선주조를 매각한 사모펀드는 2년 만에 다시 매각을 결정했고 우여곡절 끝에 같은 향토기업 계열인 BN그룹에 인수됐다.

부산시 김봉철 디지털경제실장은 “대선주조는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향토기업으로 시민들이 나서서 지켜온 부산 브랜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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