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 2025-08-10 16:42:45
차기 국민의힘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대구·경북 첫 합동연설회부터 전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가 등장하며 얼룩졌다. 지지율 반등을 노린 전당대회가 ‘윤석열·전한길’ 이슈에 삼켜지면서 오히려 지지율 하락세를 면치 못할 거란 우려가 커진다.
국민의힘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들 간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찬반으로 갈라진 찬반 구도가 전 씨를 둘러싼 공방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이 가운데 전당대회 주인공이어야 할 당권주자들은 뒷전에 밀려나고 전 씨에 주목을 뺏기는 모양새다.
김문수 후보는 10일 SNS를 통해 “윤석열 전 대통령 인권 탄압 문제부터 전한길씨 논란까지 만들어 국민의힘이 서로를 미워하고 분열하게 만들고 있다”며 “이런 궤변과 갈라치기에 부화뇌동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장동혁 후보도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전한길 한 사람을 악마화하고 극우 프레임으로 엮으려는 시도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공격 대상은 내부가 아니라 밖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전 씨는 지난 8일 열린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혁신파’ 안철수·조경태 후보가 ‘윤어게인’과 결별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청중석 앞으로 튀어나와 “배신자”를 외치며 선동했다. 이같은 선동은 물병 투척과 지지자 간 몸싸움으로 이어지면서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비판은 전 씨뿐 아니라 후보자들에게도 쏟아졌다. 첫 연설에서 비전 경쟁이 아닌 전 씨를 비롯한 윤어게인 세력 포용 여부를 두고 퇴행적 공방만 벌였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탄핵 반대파인 김문수·장동혁 후보가 윤어게인을 포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하자 안철수·조경태 후보는 윤어게인이 극단 세력과 손 잡으며 대중 정당의 길에서 멀어지고 있다면서 윤어게인과의 절연을 강하게 촉구했다.
당내에서도 전 씨를 둘러싼 비판 여론이 커지지만 윤 전 대통령과 전 씨를 둘러싼 화두에 명확하게 선을 긋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당대표 선거에서 전체 80%를 차지하는 당원 표심이 걸려있는 만큼 반탄파 후보들은 일부 아스팔트 지지층의 표심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합동연설회에서 소동이 벌어진 당일 저녁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전 씨에 대해 전당대회와 관련한 향후 모든 일정의 출입금지를 긴급 지시했고 이튿날 징계절차를 진행하도록 했다. 그러나 전 씨를 둘러싼 분란은 전당대회 종료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여, 당의 조치는 한발 늦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 씨는 전한길뉴스 홈페이지에서 “송 위원장이 언급한 전당대회 일정 출입금지 조치에 대해서도 정식으로 항의할 의사가 있다”며 “송 위원장이 전대에서 발생한 일로 당원을 징계할 권한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앞으로도 언론인으로서, 국민의힘 당원으로서 전대 일정에 참여하겠다”며 “부울경과 충청권 일정에도 당연히 따라나서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