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창훈 기자 jch@busan.com | 2025-08-10 16:16:35
북한이 이재명 정부의 대북 긴장 완화 조치에 잇따라 호응하면서 얼어붙었던 남북 관계에 해빙 조짐이 보인다.
10일 군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9일부터 전방 일부 지역에서 대남 확성기를 철거하기 시작했다. 우리 군이 지난 4∼5일에 걸쳐 대남 확성기를 철거하자, 북한이 상응 조치로 화답한 것이다. 북한은 올해 6월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에 대남 소음방송을 멈춘 바 있다. 남북 간 대화 재개를 위한 현 정부의 선제적인 대북 유화 조치에 북한이 연달아 반응한 셈이다. 앞서 북한은 북한 문제에 강경했던 윤석열 정부 시절인 2023년 4월 남북 연락 채널을 일방적으로 단절하고 그 해 연말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뒤 줄곧 대남 무시 전략을 지속해왔다.
특히 북한의 이번 조치는 정례 한미연합훈련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Ulchi Freedom Shield) 연습 계획이 지난 7일 발표된 이후 이뤄졌다. 한미연합훈련을 두고 ‘북침 연습’이라며 탄도미사일 발사 등으로 강하게 반발해왔던 북한의 태도를 감안하며 의외의 반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북한이 새 정부의 긴장 완화 조치에 대해 “진작에 하지 말았어야 할 일들을 가역적으로 되돌려세운 데 불과하다”며 남북 대화 재개 가능성을 일축했지만, 내부적으로 변화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북한의 이번 조치 역시 ‘적대적 두 국가’ 방침에 기초한 상호주의적 태도일 뿐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달 28일 발표한 담화에서 “한국과 마주 앉을 일도, 논의할 문제도 없다”며 “‘조한관계’(남북관계)는 동족이라는 개념의 시간대를 완전히 벗어났다”고 단언한 바 있다. 실제 북한은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에 대해서만 행동 대 행동으로 반응할 뿐, 대화 채널을 복구하려는 이재명 정부의 시도는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3·5월과 6월 남측에서 구조·발견된 북 주민 송환과 시신 인도와 관련한 우리 측 소통 시도에 일절 반응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