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 2025-08-10 17:26:04
지난 5일 문을 연 수영경찰서 앞 사거리 한복판에 전봇대 2개가 남아 있어 차량 통행을 가로막고 있다. 개서 후 일주일가량 지났지만 관할 기관의 책임 공방으로 철거가 지연되면서 시민 불편이 커지고 있다.
지난 8일 <부산일보> 취재진이 찾은 수영경찰서 앞 사거리 도로 중앙부에는 공사 완료 후에도 철거되지 않은 전봇대 2개가 그대로 서 있어 차량 통행을 가로막고 있었다.
이곳은 차량 통행이 많은 도로와 골목이 교차하는 구간인데, 전봇대가 시야를 가리는 데다 정식 신호 체계까지 없는 까닭에 운전자들은 이를 피해 급히 방향을 틀면서 사고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수영서 직원들은 물론 경찰서를 찾는 민원인과 인근 주민들도 불편을 토로하고 있다. 인근에 사는 60대 박 모 씨는 “사거리에 전봇대가 버티고 있으니 미관도 해치고 차량이 급히 회전할 때마다 경적도 울려 위험하고 불편이 크다”며 “특히 아이들이 길을 건널 때마다 불안하다”고 말했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해당 전봇대 2개는 각각 전력을 공급하는 전력 전주와 통신선을 지지하는 통신 전주다. 수영서 공사 과정에서 부지 일부를 도로로 기부채납하는 과정에서 남게 됐다.
경찰서가 들어서기 전 인도 구간에 있던 전봇대는 신축 공사 과정에서 공사 범위 안에 포함됐고, 공사 기간에는 가림막에 가려 공사 구간의 일부처럼 보였다. 그러나 공사 완료 후 해당 인도가 도로로 바뀌면서 그대로 드러났다.
문제는 경찰과 한전이 이설 비용과 비용 분담을 두고 이견을 보이면서 협의가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다. 경찰은 전봇대 이설과 선로 일부 조정에 약 300만 원이 든다고 보는 반면, 한전은 전봇대뿐 아니라 이설 구간의 전선과 통신선 등 전체를 옮겨야 해 수천만 원에 달하는 비용이 든다며 난색을 보인다.
일반적으로 건축 공사로 전봇대 위치를 옮겨야 할 경우 건축주나 시공사가 한전에 철거·이설을 요청한다. 한전은 의뢰를 받으면 현장을 확인해 교통·통행량 등을 평가한 뒤 관련 절차를 진행한다. 비용은 ‘공사 원인자 부담’ 원칙에 따라 부과되는데, 주변 전봇대나 전선의 노후 정비, 지자체·공익사업과 연계된 경우 등에는 한전이 일부 비용을 부담하기도 한다. 수영서의 경우 전액을 경찰이 부담하는 게 원칙이다.
수영서가 전봇대 이설 절차를 늦게 시작해 개서 일정에 맞추지 못하면서 경찰의 사전 준비가 부실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경찰은 개서 약 한 달 전인 지난 6월 25일 한전에 공문을 보내 처음 이설을 요청했다. 이후 부담금 협의가 진전되지 않은 채 관련 논의는 결론 없이 사실상 중단됐다.
경찰과 한전은 본보 취재가 시작되자 협의를 재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전은 우선 전봇대를 철거한 뒤 경찰에 비용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전 관계자는 “지난 6월 내부 적자 문제로 부담금 산정에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도록 한 지침 변경의 영향이 있었다”며 “경찰과 협의를 통해 최대한 신속하게 이설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수영서 경무과 관계자는 “조속히 협의를 마무리해 주민 불편을 줄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