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시대 연다더니… 치안마저 수도권 집중

정부, 경찰 인력 재배치 추진
비수도권 928명 줄여 수도권으로
부산서 221명 전국 최대 감축
“시민 치안마저 지역 차별하나”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2025-08-11 21:00:00

부산 도시철도 서면역에서 경찰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부산 도시철도 서면역에서 경찰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이재명 정부가 비수도권 경찰 인력을 대거 수도권으로 재배치하는 개편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적으로는 치안 강화라는 취지인데, 비수도권 경찰을 빼 수도권 경찰을 늘리는 개편으로 지역 치안 공백 우려가 경찰 안팎에서 제기된다.

11일 〈부산일보〉가 확보한 경찰청의 지역 경찰 재배치 현황에 따르면 경찰은 하반기 인사 이동을 통해 서울, 경기도를 제외한 비수도권 11개 경찰청의 경찰 인력 총 928명을 줄이는 안을 추진 중이다. 반면 수도권(서울·경기남부·경기북부·인천) 4개 경찰청의 인력은 총 527명 늘릴 계획이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부산(-221명), 대구(-145명), 전북(-99명), 울산(-95명), 경북(-94명) 등에선 경찰 인력이 감소하게 된다. 반면 경기남부(+299명), 인천(+140명), 경기북부(+64명), 서울(+24명) 등 수도권의 인력은 늘어날 예정이다.

경찰이 지역 간 대규모 인력 재배치에 나선 것은 약 10년 만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경찰은 피싱 범죄 등 민생 침해 범죄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정원 조정도 그 일환이다.

이번 인력 재배치를 두고 수도권에 경찰 인력을 집중시킨다는 비판이 즉각 제기된다. 경찰청은 경찰 1인당 △담당 인구 △총 범죄 건수 △112 출동 건수 △그 외 부서별 사건 접수 건수 등 통계를 재배치 기준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예방 활동이나 지역 필수 경찰 인력에 대한 고려가 없어 치안 강화 취지와 달리 ‘수도권 경찰 집중’으로 지역 치안을 등한시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지역의 일선 지구대나 파출소는 현재도 순찰 등 치안 유지 필수 인력이 부족해 인력난을 호소하는 실정이다. 부산에서 가장 112 신고 건수가 많은 부산진구 서면지구대는 80명의 경찰관이 근무하는데 지난달까지 올해에만 1만 7477건의 신고를 처리했다. 파출소·지구대 등에서 165명의 경찰관이 줄어들면 일선 파출소의 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

부산의 한 지구대 경찰관은 “고령층이 많이 사는 낙후 지역의 경우 인구 수나 사건은 적더라도 순찰 지역이 넓고 치안이 좋지 않아 야간 순찰 등 범죄 예방 활동이 더욱 절실하다”고 말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정원 조정이 아닌 근본적인 직제 개편이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지난해 경찰은 지역 지구대 근무 경찰관 재배치를 통해 기동순찰대를 발족했는데 기동순찰대가 지역 치안에 기여도가 낮아 무용론이 일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타 지역 근무 희망자를 받거나 신임 순경 채용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정원 조정을 마친 이후 인력 충원 요청 등이 있으면 필요한 세부 조정 사안에 대해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지면보기링크

포토뉴스

가장 많이 본 뉴스

  • 사회
  • 스포츠
  • 연예
  • 정치
  • 경제
  • 문화·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