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 2025-09-07 14:47:56
최근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를 비롯해 한미 조선 협력 가능성이 커지고 있지만, 정작 국내 중형 조선업은 고사 위기에 처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중형 조선업이 갖는 산업·안보적 중요성과 대미 협력 가능성을 고려하면 정부의 과감한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7일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발간한 '2025년 상반기 중형조선산업 동향 및 시사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중형조선사의 수주량은 작년 동기보다 72.0% 급감한 15만 CGT(표준선 환산톤수)로 집계됐다.
그나마 이 같은 실적은 케이조선이 수주한 중형 탱커 6척이 전부였고, 대한조선, 대선조선, HJ중공업 등은 한 척도 수주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HD현대 계열사이자 대형조선사로 분류되는 HD현대미포의 중형선 수주량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HD현대미포는 상반기 중형 컨테이너선 16척(30만 CGT), 중형 가스선 11척(24만 CGT)을 수주했다. 국내 중형선 수주량의 78.6%다.
올해 상반기 국내 중형조선사의 수주액은 2억 9000만 달러(약 4000억 원)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81.5%나 급감했다. 중형사 수주액이 국내 신조선 전체 수주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6.7%)보다 5.9%포인트(P) 떨어진 0.8%를 기록했다. 중형조선사 수주액 비중이 1%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06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이다.
보고서는 "신조선 가격이 하락하고 있고 수에즈막스 탱커 등 중형조선사들이 수주해오던 고가 물량의 부재로 상반기 수주액 실적이 매우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이에따라 국내 중형조선사의 수주 잔량(남은 건조량)은 상반기 말 기준 168만CGT(63척)로, 연초 대비 20.3% 감소했다. 이는 국내 중형조선사 전체의 약 2년 치 일감으로 추정된다. 향후 수주 부진이 계속되면 정상 영업이 어려워지고 선가 협상에서도 불리해질 수 있다고 보고서는 우려했다.
보고서는 시사점으로 “국내 중형 조선산업은 현대미포조선 위주로 운영되고 있으나, 그 외 일반 중형사의 양성도 반드시 필요하며, 이들의 영업 확대도 지원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 조선산업의 안보적 기능이 부각되고, 산업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도 높아지고 있으나, 중소형 조선산업에 대한 국내에서의 중요성 인식은 아직 낮은 수준이다. 지금까지의 중형 조선산업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고 지원 정책을 크게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특히, 보고서는 "과거 구조조정을 거쳐 대형사 위주로 재편된 국내 조선산업에서 중형 조선산업은 점차 입지가 위축됐다"면서 "재무적, 구조적 한계로 친환경, 스마트화 등 시장의 기술적 변혁 요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될 경우 중형 조선산업은 10년 후를 전후로 소멸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국가적으로 필요한 조선 능력은 대형 조선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비상 상황에서 중소형 선박의 수요가 더 클 수 있다"면서 "중소형 조선산업은 선박 기자재의 수요를 창출해 기자재 산업을 유지, 발전시키고 대형 조선산업의 경쟁력 유지에도 기여하는 선순환적 특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대미(對美) 협력에 대해서도 "미국이 필요한 상선은 대형보다 중소형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고, 해군 함정 역시 중형 독에서 건조될 수준의 크기를 가지고 있어 중형 조선업이 활용될 여지가 크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