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 2025-10-23 15:33:37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이 우리나라 소득 수준과 사회적 안정을 감안할 때 너무 높다며 이는 한국경제 성장률을 갉아먹는 요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23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기자들과 만나 “부동산 가격 상승이 불평등을 심화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주택을 투자 대상으로 보는 것이 사회적인 문제라며 “고통이 따르더라도 전세를 끊어내는 등 부동산 시장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동산 가격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한 두 달새 가격이 잡히지 않는다고 해도 일관성 있게 정책을 유지해서 안정시키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했다. 3회 연속 동결 결정으로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잇따른 부동산 대책에도 서울 집값 상승세가 잡히지 않고 있는 상황에 1430원대의 원달러 환율까지 발목을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수도권 지역 주택담보대출을 최대 6억 원으로 일괄 축소하는 등의 6·27 대책에도 불구, 10월 둘째 주(한국부동산원 통계·10월 13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가격은 2주 전(연휴 전)보다 0.54% 더 올라 상승 폭이 오히려 더 커졌다.
이에 정부는 서울 전역과 수도권 주요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고 15억 원이 넘는 집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2억∼4억 원으로 더 줄이는 10·15 대책을 서둘러 발표했다. 더 강한 부동산 규제가 나온 지 불과 1주일 만에 한은이 금리를 낮춰 주택담보대출을 부추길 경우 ‘정책 엇박자’ 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 역시 지난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한은 입장에서는 유동성을 더 늘려 부동산 시장에 불을 지피는 역할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미국 관세 협상 불확실성 등에 최근 불안한 환율 흐름도 금리 동결의 주요 근거가 됐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오후 한때 1440원을 넘어서며 6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 기준금리까지 낮아져 원화 가치가 더 떨어질 경우 1440원대 이상의 환율 수준이 굳어질 위험이 있다.
이 총재는 8월 이후 원달러 환율 상승 대부분이 국내·지역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지난 통방 이후 환율이 35원 정도 올랐다”며 “4분의 1은 달러 강세, 대부분인 4분의 3은 관세, 대미 투자 우려, 위안화·엔화 약세 등 지역적, 국내 요인에 의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반도체 등 수출 호조와 주식 등 자산 가격 상승에 따른 소비심리 회복, 내년 성장률 회복 전망 등으로 경기 부양 목적의 금리 인하 압박이 줄어든 점도 금통위원들의 동결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집값·환율 불안이 진정되지 않을 경우, 한은이 다음 달에도 기준금리를 낮추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