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 2025-10-29 16:39:5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북미 정상회담이 결국 불발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29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진심을 아직은 제대로 다 수용하지 못해 불발되긴 했다”며 북미 정상회담의 불발을 공식화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담을 요청하고, 언제든지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씀한 것 자체만으로도 한반도에 상당한 평화의 온기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께서 가지신 큰 역량으로 전 세계에, 그리고 한반도에도 평화를 만들어주시면 제가 여건을 조성하는 페이스메이커의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에 대해서는 제가 잘 알고 있다. 남북 간의 여전히 종전되지 않은 상태”라며 “우리 대한민국과 함께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 그리고 모든 문제를 해결하게 된 것을 큰 행운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 세계에 이렇게 문제가 많을지 몰랐다. 수백만이 죽어 나가는 상황이 있었다”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제외하면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있었다. 이 (한반도 평화의) 문제에 대해서도 우리 대통령님과 대한민국 정부, 그리고 많은 다른 여러 국가와 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번에 시간이 잘 안 맞아서 (만나지) 못했지만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내일 한국을 방문한다”며 “(미중 정상회담도) 제가 많이 준비하고 있다.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고 믿고 있다. 모든 사람에게 선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시진핑 주석을 다시 만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정은 위원장과도 열심히 노력해서 모든 것들이 다 잘 해결될 수 있게 하겠다. 그게 당연하고 옳은 결과”라며 “제가 여러 가지 좋아하는 단어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상식(common sense)이다. 이렇게 미국 관계가 해결되는 게 상식에 맞다. 물론 인내가 좀 필요한 때라고 보지만, 결과적으로는 좋아질 거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 순방 중 김 위원장과의 회동 의사를 재차 밝혔다.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지칭하고 제재 완화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그러나 북한은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코앞에 둔 지난 28일 서해 상에서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감행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러브콜’을 무색하게 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만남’ 제안에 응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했다.
다만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김여정 당 부부장이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데다 북한 측의 공식적인 입장 발표가 없었던 만큼 막판 ‘깜짝 회동’의 기대감도 여전히 살아있었다. 그러나 이날 이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불발”을 언급하면서, 사실상 APEC 기간 중 북미 회동은 무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