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 2025-02-02 20:30:00
300세대 이상 아파트에 의무적으로 마련해야 하는 단지 내 어린이집이 저출산 쇼크에 줄폐원하고 있다. 특히 젊은 층의 주거 수요가 떨어지고 입주민 고령화 현상이 심한 구축 아파트들을 중심으로 어린이집 공실이 늘고 있다. 이들 유휴 시설에 대한 활용 방안을 정부는 물론, 부산시와 일선 구·군이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일보〉가 부산시에 요청해 받은 부산 지역 300세대 이상 아파트 단지 내 어린이집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전체 어린이집 834곳 중 404곳이 폐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아파트 세대 내 가정어린이집(정원 20명 이하)을 제외한 것으로, 아파트 단지 내 관리동이나 입주민 공동시설 등에 필수 시설로 설치된 어린이집을 말한다.
지난 5년간 폐원한 필수 시설 어린이집은 2020년 12곳, 2021년 6곳, 2022년 14곳, 2023년 9곳, 2024년 11곳 등 총 52곳으로, 매년 평균 10곳 이상의 어린이집이 문을 닫고 있다.
주택법 하위 법령인 ‘주택건설기준에 관한 규정’은 아파트 건립 시 300세대 이상은 필수 주민공동시설로 어린이집과 경로당, 어린이놀이터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한다. 2019년부터는 개정된 영유아보호법 시행령에 따라 500세대 이상 아파트에 국공립어린이집 설치가 의무화됐다. 두 법령은 민간 아파트는 물론 신도시 공공택지 내 아파트, 공공·영구임대아파트 등에 모두 적용된다. 300세대 이상 모든 아파트에는 필수 시설로 어린이집이 설치된다는 의미다.
필수 시설로 지어진 어린이집의 공동화 현상은 건축 연도가 오래된 구축 아파트에서 두드러졌다. 지난 5년간 폐원한 어린이집 52곳 중 준공 5년 이하 신축 아파트 내 어린이집은 1곳도 없었다. 5년 이상~10년 미만 준신축 아파트도 1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폐원 어린이집은 준공 20년 안팎의 구축 아파트가 대부분이었다.
신축 아파트는 젊은 층이 선호해 영유아 모집에 어려움이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500세대 이상 신축 아파트에는 국공립어린이집이 들어서 젊은 층의 주거와 보육 수요가 더욱 몰린다.
그동안 많은 부산 지역 아파트 단지 내 어린이집은 영유아 수 급감 속에 휴원과 개원을 반복하며 명맥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2023년 부산의 출산율이 전국(0.72명)보다 낮은 0.66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반등의 기미가 없자 아예 폐원하는 어린이집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도 지난해 4월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해 입주민 동의율 기준(같은 필수 시설로는 전체 입주민의 2분의 1, 타 용도로는 3분의 2 이상)을 충족하고, 관할 지자체의 건축위원회 심의를 거치면 어린이집의 용도를 변경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용도 변경을 신청했거나 추진 중인 민간 아파트 단지는 부산 지역에 단 1곳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부산시의회 김효정 의원은 “부산시가 전수 조사를 통해 실태 파악을 서두르고, 이들 유휴 시설을 입주민과 부산 시민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용도 변경에 대한 홍보와 지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