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 2025-03-09 16:04:59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6일 부산을 찾았지만, 산업은행 부산 이전과 부산 글로벌 허브도시 조성 특별법(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등 핵심 현안에 대해 침묵하면서 지역 내 후폭풍이 거세다. 지역 여권에선 “이재명에게 부산시민은 본인 대권을 위한 도구”라며 날 선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부산 민주당 내에서도 “이 대표가 지역 정서를 모른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대표가 상대적으로 지지도 낮은 부산·울산·경남(PK) 민심을 끌어안기 위해 부산을 방문했지만 정작 지역 여론을 외면하는 태도를 보이면서 오히려 역효과만 났다는 지적이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이성권(부산 사하갑)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표의 부산행의 종착역은 결국 민심 챙기기 시늉과 부산 시민 농락이었다”며 “부산 현안에는 딴소리하고, 부산 시민의 염원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부산 민심 챙긴다는 이미지 연출에 필요한 사진 한 장 남기러 온 것이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지방자치와 분권 강화를 강력히 추진해 왔다는데, 부산 시민의 환심을 사기 위한 교묘한 딴소리”라며 “지방자치와 분권을 강력히 추진해 왔다면서 부산 글로벌허브특별법과 산업은행 이전에는 지금까지 왜 묵묵부답인가”라고 비판했다.
부산시교육감 재선거 중도보수 진영의 정승윤 예비 후보도 “이재명 대표는 부산 방문에서 부산시민의 염원인 글로벌 특별법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대해 침묵으로 일괄하며 부산 패싱을 자행했다”며 “부산 교육의 미래를 위해 산업은행 부산 이전과 글로벌 특별법 제정을 다시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소속 부산시의원도 목소리를 더했다. 송우현(동래2) 시의원은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표에게 부산은 본인 대권을 위한 숟가락 올리기 도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산이 살아남기 위한 법안 통과를 설득하기 위해 사생결단의 각오로 국회에 찾아온 지자체장(박형준 시장)을 문전박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상황이 얼마나 다급했으면 오늘 부산까지 내려와 자기 할 말만 하고 가는 건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부산 민주당 내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왔다. 중앙당의 지역에 대한 무관심과 전략 부재가 부산 여론만 더 악화시켰다는 비판이다. 이 대표가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인 PK 지역에서 지지율 반등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그간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역주의 타파 노력마저 물거품이 될 것이란 위기감이 감지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총선 때도, 금정 보선 때도 무전략으로 실패해놓고 이번에도 반복하고 있다”며 “이 대표와 박 시장과의 회동 자리에서 산은 부산 이전과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이 충분히 다뤄질 것이라는 점은 누구든 예측할 수 있었는데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은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 부산시당은 오는 12일 이 대표와 박 시장 회동에 대한 해명과 동시에 박형준 시정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실패한 이 대표 부산행의 만회 차원이자 되치기에 나서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미 지역 여론이 악화한 상황에서 효과적인 반전 카드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 방문 직후 언론에서 쏟아진 기사들로 민주당 지지층 내 불만이 이미 상당해진 상황”이라며 “반전을 노린다는 전략이겠지만 박 시장은 물론 여권에 유효타를 날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