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로 부서지는 건물들… 우리 미래가 그럴 수도”

강희철 평론가 문화 비평집
<부수어지지 않을 권리> 출간
세상 보는 또 다른 시각 제시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2025-03-09 12:16:25


문화 비평집 를 출간한 강희철 평론가가 부산 수영구 망미동 주택 재개발 지역의 철거 예정 주택 앞에 서 있다. 문화 비평집 를 출간한 강희철 평론가가 부산 수영구 망미동 주택 재개발 지역의 철거 예정 주택 앞에 서 있다.

2009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평론 부문으로 등단한 강희철 평론가가 최근 출간한 문화 비평집 <부수어지지 않을 권리>(네시오십분)에서 부산 지역의 도심 재개발 사업이 야기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일상화된 재난’이라고 주장했다. 이 책은 1부 ‘젠트리피케이션과 재난의 일상화’에서 ‘서울의 거대화된 도시적 모습이 부산의 관광특구인 해운대를 중심으로 재구축되어 왔고, 해운대 지역이 포화 상태가 되자 가장 간단한 해결책으로 수영강 건너편에 있는 망미동 일대 주택지역의 재개발이 제시되었다’고 예를 들며 시작한다.

즉 망미 주거단지 재개발은 해운대라는 신도시의 거점을 확대 재생산할 상품을 만들어 내기 위한 욕망에서 시작된 젠트리피케이션의 비참한 사례로, 예술가와 소상공인들이 거대한 건물 사이에서 어떻게 삶을 구축할 수 있는지 말해주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강 평론가는 “재생이나 재개발이라는 말로 재난을 도시 발전의 의미로 희석시키고 있지만, 그 안에 자본이 없는 자들이 살 수 있는 방편이 공유재로 주어지지 않는다면 자본주의적 시각만 반영된 도시계획 시스템은 도시 공간에 투명한 가벽을 설치하는 일을 계속 반복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가 더욱 경계하는 지점은 사물을 대하는 방식이 인간을 대하는 태도로 그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강 평론가는 “싹 다 밀어버리고 재건축하는 방식이 너무 많이 사용되면서, 사람에게도 점차 똑같이 적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2019년 8월 시행된 ‘강사법’으로 각 대학이 강사 숫자를 절반으로 잘라버린 사실도 젠트리피케이션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당장 내 것을 빼앗기지 않았다고 안심할 게 아니라 재개발로 부서지는 건물이 나의 미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상상력이 있어야 한다”라고 경고했다. 건물을 유지 보수해서 보존하고 한 사람이 자기 공간을 유지하기 위한 지원을 해 주는 게 사회복지적인 태도이자 리사이클링이 되는 사회라는 것이다. 책은 공동체를 겨냥해서는 ‘부수어지지 말아야 된다’고 말한다. 또한 모든 인간은 어떤 경우에도 대상을 함부로 부술 권리가 없다는 메시지로 가득 차 있다.

문화 비평집답게 이 책은 부산이라는 지역에서 바라본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1부 ‘부산-로컬의 흔적’에서는 프로야구 롯데 팬, 꽃마을, 부산 공단사, 동래파전을 다룬다. 2부 ‘공동체의 수난 마주하기’에서는 제주 강정마을, 세월호 희생자, 후쿠시마, 파시즘까지 이야기한다. 3부에서 ‘재난에 대응하는 상상력’을 거론한 뒤 4부 문학 평론, 5부 영화 평론 등 총 39편의 글을 실었다.

강 평론가는 “문화 비평집은 모두 세상에 관련된 이야기다. 자신이 일반적으로 쓰지 않는 단어들을 왜 여기서 쓰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고 이해하려고 하면 세상을 바라보는 다른 시각이 열린다. 이 책은 먹고 싶은 사탕만 골라서 먹듯이 읽으면 된다”고 말했다. 제주 출신의 강 평론가는 <작가와사회> 편집주간, 경성대 및 한국해양대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글·사진=박종호 기자


표지.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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