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넘게 이어져 온 의정갈등 끝에 정부가 의대 정원을 증원 이전으로 원상복귀하는 안을 발표하며 의대생의 복귀를 호소하고 나서자 환자단체와 시민단체는 실망감을 드러냈다. 의정 갈등에서 정부가 먼저 물러서는 모습이 반복된 탓에 앞으로 의료 개혁이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6일 “정부가 의사 인력 증원과 의료개혁으로 붕괴되는 필수의료를 살리겠다고 해서 환자와 국민은 지난 1년간 의정 갈등으로 인한 의료공백 피해도 버티며 견뎌왔고, 의료개혁에 수조 원의 건강보험 재정과 세금을 투입하는 것도 반대하지 않았다”며 “그런데 의사증원 정책이 원점으로 돌아가는 상황이 당혹스럽고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의사 인력 정책 추진에 있어 또 한 번 물러났으니 이제 의료계는 의료개혁도 백지화하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정부 발표에 앞서 지난 6일 국민의힘이 의대 정원 증원 철회를 지지하는 입장을 밝히자 성명을 통해 원점 요구를 철회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경실련, 보건의료노조, 한국노총, 환자단체연합회로 구성된 ‘국민중심 의료개혁 연대회의’는 지난 6일 성명서를 통해 “극한 의정 갈등을 해소하고 의료인력 규모의 과학적 추계 및 사회적 합의를 위해 치열한 논의 끝에 수급추계위원회법이 지난달 국회 법안심사소위원회의 문턱을 넘고 최종 처리만을 남겨두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여당이 나서 증원 원점을 요구하는 것은 그간의 사회적 노력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정치권과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내팽개치는 것이다”고 비판했다.
의정 갈등 때마다 정부가 먼저 물러서는 모습이 반복되는 데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이들은 “과거 전공의 진료 거부나 의대생 국시 거부 등 불법·부당행위에 대해 정부가 원칙대로 처리하지 않고 복귀를 전제로 선처와 불법 행동을 용인했다”며 “결과는 이들의 집단행동이 자신들의 이익이 반하는 정부의 정책을 무력화하는 효과적인 수단임을 공고히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에는 의사들의 반복적인 집단행동의 고리를 끊고 국민중심의 의료정책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국민은 1년간 불안과 혼란을 견뎌왔다”며 “만약 당장의 사태 수습에 급급해 정부가 약속을 깨고 증원 정책을 후퇴한다면 의료계는 자신들의 요구를 완전하게 관철하기 위해 더욱 거세게 저항할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