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
이재명에 우호 분위기 속 김문수 추격세 변수
전국에서 가장 유권자가 많은 수도권은 단연 최대 승부처다. 특히 경기도는 유권자 3명중 1명이 있는 표밭으로, 이번 대선에서 주요 후보들이 모두 경기도에 정치적 기반을 두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전직 경기도지사이고,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화성을 국회의원이다. 윤석열·이재명이 맞붙은 지난 2022년 대선 당시 경기도 유권자들은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 약간이나마 힘을 더 실었다. 경기도에서 이재명 후보는 50.94%, 윤 전 대통령은 45.62%를 득표했었다.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에 근소하게나마 우호적이었던 분위기는 비상계엄·탄핵 사태를 거치며 더 공고해진 모습이다. 다만 보수 표심 결집 등으로 김 후보의 추격세가 매서운 점은 선거 막판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지 정당이 없는 수도권 중도층 대다수는 이번 대선 역시 ‘혐오 대선’으로, 차선책을 택해야 하는 선거로 받아들이고 있다. 경기도 지역 현안은 규제 완화와 교통·주택 정책 등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강조한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에 대해서는 주요 후보들이 모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다만, 경기북부 규제 완화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이루는 모습이다.
인천의 경우 늘 그래왔던 것처럼 ‘민심 바로미터’로 불린다. 역대 대선 결과를 살펴보면 인천에서 더 많은 표를 얻은 후보가 승리했기 때문이다. 딱 한 번 예외가 있었다. 2022년 제21대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48.91% 득표율로 당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47.05%)를 따돌렸지만 선거에선 패했다.
3년간 절치부심한 이재명 후보는 지난 21일 인천 유세 현장에서 ‘인천 정치인’을 자처하고 나섰다. 인천을 지역구(계양구을)로 둔 국회의원으로서 지역 발전에 더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공약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역시 인천 공략에 한창이다.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 ‘인천발 KTX 인천공항 연장 추진’ 등 지역에 필요한 공약을 내세우며 표심 잡기에 힘쓰고 있다. 김 후보는 1986년 인천 5·3민주항쟁에 가담했다가 체포되는 등 인천과 인연도 있다. 오는 29일 인천을 직접 찾아 유권자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다.
이 외에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지난 22일 인하대학교를 찾아 학생들과 학식을 먹으며 경제 활성화 방안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다만 개혁신당은 인천에서 ‘선거운동 조직’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이 한계로 지적된다.
경인일보=강기정·김희연 기자 kanggj@kyeongin.com
▶대전·충청
“중립 같아 보여도 무관심 아냐” 출렁이는 민심
6·3 대선을 열흘 앞둔 지난 24일, 대전역은 여느 주말처럼 수많은 인파가 오갔다.
전국 철도의 중심이자, 중원의 심장 대전. 지역 정서가 교차하는 공간에서 유권자들은 “어디다 맡겨야 할지 모르겠다”며 충청도 특유의 조심스러움으로 말을 아낀 채 현 상황 등에 대해 의견을 밝혔다.
침묵 속에서 출렁이는 충청 민심은 여전히 대선 판도의 마지막 변수를 쥐고 있다.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대전 49.55%, 충남 51.08%, 충북 50.67% 득표율로 근소한 우위를 점하며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러나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선 더불어민주당이 충청권 다수 지역에서 승리하며 민심은 다시 요동쳤다.
이날 오후 대전역 광장에서 만난 택시기사 김 모(65) 씨는 “결국 똑같다. 늘 충청이 캐스팅보트라면서도 정작 달라진 건 없지 않느냐”며 “이번에도 투표일 당일까지 알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세종 중촌동에 사는 유 모(47) 씨는 “말 없는 민심이 제일 무섭다”며 “지금은 다들 중립인 것 같지만, 그게 꼭 무관심은 아니다. 딱 봐도 촉이 온다. 또 한 번 충청이 판을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양당 후보 공약에 대한 불신도 곳곳에서 감지됐다. 천안아산역에서 KTX를 타고 도착한 30대 이지수 씨는 “이재명 후보가 해수부를 옮기겠다고 해서 솔직히 기가 찼다. 제2중앙경찰학교도 아산과 전북 남원 모두에 유치하겠다고 한 건 또 뭔가.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일갈했다.
대전 동구에 거주하는 홍 모(44) 씨는 “김문수 후보가 충청권 핵심 공약으로 내건 광역급행철도 사업을 찾아보니, 실제론 전국 공약에 포함돼 있더라”며 “이를 위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겠다는 설명도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차기 대통령에게 기대하는 바는 민생 경기 회복에 대한 희망이었다. 청주에서 대전으로 식자재를 사러 온 자영업자 박 모(57) 씨는 “요즘 장사가 너무 안 된다” “대북이니 외교니 다 좋은데, 우리 같은 장사꾼들에겐 오늘 벌이가 제일 급한 문제”라고도 했다.
이날 대전역을 중심으로 확인된 충청 민심은 한결같이 신중했다. 다만 말은 없지만 무관심은 아니었다. 유권자들은 조용히 무게를 재고 있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탄핵 시위에도 참여했다는 손아현(29·대전 유성구 원신흥동) 씨는 “사회적 갈등과 분열 속에서 자신이나 특정 집단만의 이익보다, 10년 20년 뒤에도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는 후보를 고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대전일보=조은솔 기자 2omsol2@daejonilbo.com
▶전북
“국힘, 이번 대선 철회했어야” 민주당에 기운 여론
2022년 3월 9일 제20대 대선 전북의 전체 투표율은 전남 81.1%에 이어 전국에서 두번째로 높은 80.6%였다. 더불어민주당 기반 지역이기에 문재인 전 대통령에 이어 정권을 이어가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개표 결과, 20대 대선의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는 각각 82.98%, 14.42%를 기록했다.
내란과 탄핵 정국, 조기 대선을 맞이하면서 국민의힘에 분노하고 실망한 지역 내 여론은 빠르게 민주당 쪽으로 기운 분위기다. 민주당은 전북 지역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지지율이었던 93%를 넘는 역대 최고의 이재명 후보 지지율을 전북에서 이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전북에서 김문수 후보에 대한 30%지지율을 보내 달라고 호소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두 자리수 지지율도 지키기 힘들 것이라는 자조도 나오는 실정이다. .
기존 지역 내 10% 이상이던 국민의힘 지지층들은 계엄 선포와 탄핵 등을 몸소 겪으며, 민주당으로 지지를 보내고 있고, 강성 국민의힘 지지층들까지 이탈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전북 지역에서는 “이미 이긴 대통령 선거인데, 재미가 없다”는 말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지지층이 결집할수 있으니 꼭 투표하자”라는 신중론도 있다.
전주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심 모 씨(46·여)는 “계엄을 했던 전 대통령의 국민의힘은 경선과 뒤늦게 호남, 전주 출신이라는 한덕수까지 내세우면서 지역에서는 ‘철면피’라는 말까지 나온다”며 “양심이 있고 상식이 있으면, 이번 대선은 철회했어야 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농민 김한식 씨(63·부안군)는 “전 정부가 쌀값 폭락 등으로 농민들을 위해 무엇을 정책으로 내놨는지 기억이 없다”며 “농민 정책을 구체적으로 내놓고 잘 이끌수 있는 후보를 뽑을 생각”이라고 했다.
예술인 이영욱 씨(48·김제시)는 “대통령 탄핵이란 초유의 사태에 이어서 당초 시기가 정해지지 않았던 조기 대선이라는 점에서 정당과 후보들을 제대로 평가할 시간은 부족한 건 사실이지만 교육, 문화, 복지 분야에 큰 비전을 지닌 후보를 골라 한 표를 행사하고 싶다”고 밝혔다.
다른 자영업자 오혜진 씨(35·군산시)는 “최근에 방송 토론회를 유심히 들여다보니 결국 알맹이도 없이 후보들의 공약 설명은 부족하다고 느껴 아직까지 누구를 뽑아야 할지 고민이다” “후보들이 각자가 내놓은 정책들을 유권자들에게 더욱 더 자세히 알려줬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전북일보=김영호 기자 crcr810@hanmail.net
▶광주·전남
“尹 탄핵으로 치르는 대선” 이재명 압승 당연시
“12·3 비상계엄과 탄핵 이후 치뤄지는 대선이니까 당연히 더불어민주당을 찍어야지요.”
‘이번 대선에서 누구를 뽑을 거냐’는 질문에 25일 광주시 남구 봉선동 토박이인 김형용(45) 씨는 “전략적 선택을 하는 봉선동도 지난 대선과의 분위기는 다르다”면서 “표심은 일방적으로 기운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 텃밭인 광주·전남은 21대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의 압승이 당연시되는 분위기다. 20대 대선 당시 광주에서 유일하게 국민의힘에게 20%대의 표를 줬던 ‘광주의 강남’으로 불리는 남구 봉선동 주민들의 분위기도 예전과 같지 않다.
제21대 대선을 10일 앞둔 광주·전남에서는 ‘12·3 내란’ 사태에 대한 심판론이 주를 이루고 있다. 과거 전두환 정권의 계엄으로 1980년 5·18 당시 수 많은 시민들이 피를 흘리고 죽임을 당했던 광주·전남 지역에서는 윤석열의 ‘12·3 비상 계엄’이 또 한번 ‘계엄 트라우마’를 소환해서다.
목포에서 만난 최영준(68) 씨는 “호남이라고 맹목적으로 민주당만 지지하는 시대는 지났지만, 올해만큼은 다르다”면서 “광주와 전남은 5·18이라는 계엄 트라우마를 가진 지역이어서 이번 선거 만큼은 ‘내란’에 대한 강한 유권자들의 심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번 대선에서 광주·전남 지역 득표율을 90% 이상 목표로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과거 김대중(94.61%), 노무현(93.38%) 전 대통령의 득표율을 넘어서는 결과가 나올수 있다는 조심스런 전망도 나온다. 반면 국민의힘은 지역 선대위를 꾸리고 선거운동에 나섰지만, 지난 대선과 비교해 동력이 떨어진 것 같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30’을 중심으로 높은 지지를 받았던 것과 달리, 김문수 후보의 대선 공약 및 선거 전략이 지역민들 설득시키기엔 부족하다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다만, 문제는 사전 투표와 선거 당일 광주·전남 지역 유권자들의 발길이 투표소로 이어질 것인지 여부다. 여전히 민주당에 이재명 후보에 대한 반감을 갖고 있는 유권자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광주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김영동(54)씨는 “그동안 민주당을 그렇게 밀어줘도 선거만 끝나면 여전히 호남은 예산과 현안 사업 등에서 소외되고 있다”면서 “호남에서의 민주당 ‘일당 독점’이 지역 정치와 경제를 망치는 것 아니냐는 여론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광주일보=정병호·김민석 기자 jusb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