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 2024-12-03 07:00:00
입을 벌리거나 다물 때 사용되는 턱관절은 식사나 대화, 표정 짓기 등 일상 생활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턱관절에 문제가 생기면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지지만, 많은 사람들이 턱에서 나는 소리 같은 초기 증상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방치한다. 부산대치과병원 구강내과 옥수민 교수는 턱관절 건강을 위해서는 올바른 습관과 생활 속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목·어깨 통증에 두통까지 유발
턱관절은 귀 앞에 있는 관절로, 뼈, 인대, 근육, 디스크 등으로 구성된다. 턱관절에 지속적으로 약한 자극 또는 일시적으로 강한 충격이 가해져 신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설 때 발생하는 복합적 질환을 턱관절 장애라고 한다.
대표적인 원인으로는 이 악물기나 이갈이와 같은 나쁜 습관, 고개 숙인 자세나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근육 긴장, 과도한 하품이나 외상처럼 턱관절에 가해지는 충격 등이 있다.
턱관절 장애로 뼈, 인대, 근육, 디스크가 각각 또는 동시에 손상되면 입을 벌릴 때 소리가 나거나 입이 잘 벌어지지 않고, 턱, 얼굴, 목, 어깨의 통증이 나타난다. 심한 경우 두통, 교합 장애, 얼굴 비대칭, 더 나아가 표정을 짓기 어려운 상태가 된다. 이러한 증상들은 신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심리적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턱관절 장애는 증상에 따라 맞춤형 치료를 시행한다. 턱관절 조직은 적절한 환경이 조성되면 재생 능력을 발휘하는데, 이를 돕기 위한 치료법은 크게 통증 제거와 원인 제거, 재생 치료로 나뉜다.
통증 제거 치료는 약물과 발통점 주사 등을 통해 염증과 통증을 완화한다. 원인 제거 치료는 보톡스, 장치 치료, 행동조절 치료 등을 통해 턱관절에 가해지는 과도한 하중을 줄이고 나쁜 습관을 교정한다. 재생 치료는 약해진 조직을 물리치료, 재생 주사, 장치 치료 등으로 회복시킨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턱관절 장애로 치료를 받은 환자는 54만 2735명에 달한다. 2018년(39만 8401명)과 비교하면 36% 급증했다.
옥 교수는 "턱관절 장애 환자의 60%가 증상을 1년 이상 방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럴수록 치료가 어렵고 회복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며 "턱관절 장애는 두통, 목 통증 등의 다른 문제를 유발할 수 있는 만큼 조기 진단과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입 작게 천천히 벌리는 습관을
턱관절 장애를 예방하려면 평소에 턱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조심하고, 불편함을 방치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다음의 원칙을 기억해두는 게 좋다. △턱이 뻐근하거나 아프면 즉시 하던 행동을 멈추고 △별다른 행동 없이 아프다면 자세를 점검해서 교정하고 △소리가 난다면 소리를 유발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행동하고 △불편함이나 소리의 빈도가 증가하면 즉시 병원을 방문한다.
소리만 나고 아프지 않다면 대부분 특별한 치료 없이 경과를 관찰하면서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으면 된다. 단, 원칙대로 관리를 해야 하고, 증상이 진행될 경우 조기 치료가 필요하다.
환자 A 씨는 7년 전 턱에서 소리가 나는데 통증이나 기능 제한은 없는 상태로 병원을 방문했다. 주의 사항을 안내받고 돌아왔지만 관리에 소홀했고, 최근에 입이 안 벌어지고 밥을 못 먹는 등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며 다시 병원을 찾았다. 진단 결과 관절염이 심하게 진행돼 있었다.
턱관절에 이상이 있을 때 경락 마사지는 전문가와 상의해서 신중하게 해야 한다. 옥 교수는 "턱관절은 머리와 직접 단단히 연결된 게 아니라 근육과 인대로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마사지를 할 때 턱에 과도한 압력이 가해지면 턱 디스크가 손상되거나 통증이 심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환자 B 씨는 턱에서 소리가 나서 마사지를 받고 난 뒤 소리는 없어진 대신 입이 잘 벌어지지 않는 문제가 생겼다. 마사지 과정에서 디스크를 고정하는 인대가 늘어나거나 약해졌을 가능성이 크다. 마사지는 통증이 없고 디스크와 인대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부드럽게 해야 한다.
입을 과도하게 크게 또는 갑작스럽게 벌리는 습관은 턱관절을 구성하는 인대나 근육, 디스크에 무리를 준다. 하품을 할 때가 대표적이다. 치과 치료를 할 때나 음식을 먹을 때, 노래를 할 때 등 상황에서도 입을 최대치보다 약간 작은 범위로 벌리고, 천천히 움직이는 습관을 들인다.
하품이 나올 때는 고개를 살짝 숙이고 턱을 목 쪽으로 붙이면 입을 과도하게 벌리지 않게 조절할 수 있다. 손으로 턱을 받치거나 입술을 살짝 깨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치과에서도 장시간 입을 벌리고 있어야 한다면 중간에 턱을 다물고 쉬게 해 달라고 요청한다.
부산대치과병원 옥수민 교수는 "건강한 턱관절은 삶의 질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라며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불편감을 방치하지 말고 올바른 관리 원칙을 실천하면서 필요한 경우 전문의와 상담한다면 턱관절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