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 2024-12-08 18:21:10
국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부결 이후 국민들의 윤 대통령 퇴진 요구가 더 거세지고 있다. 부산의 경우 일반 시민 참가가 이어지며 집회 규모가 계속 커지는 양상이다.
8일 오후 4시께 부산 부산진구 서면 쥬디스태화 인근 거리에는 수많은 시민들로 북적였다. 이들 대부분은 이날 오후 5시 시작되는 ‘군사 반란 계엄 폭거 내란범죄자 윤석열 즉각 퇴진 부산시민대회’ 참가자들이었다.
이날 집회 1시간 전에 이미 쥬디스태화 사거리에서 전포 방면으로 난 도로 약 200m에는 시민들이 빽빽이 모여 앉았다. 주최 측은 이날 집회에 1만여 명이 모인 것으로 추산했다. 전날인 7일 오후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열린 집회에도 1만여 명이 참여했다.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 다음 날 열린 집회에는 참여자들이 수백 명선에 그쳤지만 날이 갈수록 집회 규모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7일 탄핵안 투표 당시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투표 상황을 시시각각 지켜보며 맘을 졸이기도 했다. 당시 정족수 미달로 탄핵이 부결될 상황에 놓이자 탄식과 분통이 터져 나왔다.
일반 시민 참여도 급증하고 있다. 시민들은 앉을 자리가 없으면 상점 앞 계단에 앉거나 거리 양 옆에 선 채로 집회에 참여했다. 유모차 부대도 다시 등장했다.
사상구에 사는 30대 유 모 씨는 “평일에는 회사 때문에 오지 못했지만 주말이어서 한 사람의 목소리라도 보태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고 말했다.
부산진구 주민 30대 김 모 씨는 “여당이 책임지고 수습하겠다고 했지만, 야당은 결사 반대하며 상황이 더욱 미궁 속으로 가는 것 같다”며 “한 치 앞을 알 수 없다는 불길한 예감도 들지만 불안이 조금이라도 가시길 바라는 마음에 나왔다”고 전했다.
집회 현장 인근 식당이나 카페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선결제’하는 방식의 지지 움직임도 나왔다. 이번 주말, X(엑스, 옛 트위터) 등 SNS에는 집회 참가자가 인근 식당과 카페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미리 결제했다는 인증 글이 다수 올라왔다. 부산에 거주하는 한 X 이용자는 “집회 참여가 어려워 마음으로라도 응원하고자 부산 집회 장소 근처에 수프 선결제 해두었다”고 밝혔다.
지역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커피나 핫팩 기프티콘을 SNS에서 공유하는 이들도 있었다. 쿠키 등 요깃거리는 물론 김치찌개, 콩나물국밥까지 메뉴는 다양했다.
각 분야에서도 ‘탄핵 가결’ ‘윤 대통령 퇴진’ 등을 요구하는 성명이 잇따랐다. 부산시민운동단체연대는 “국민의 요구는 ‘질서 있는 조기 퇴진’이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의 즉각적인 퇴진과 헌법에 따른 탄핵”이라며 “국민의힘은 탄핵 표결을 불성립시키며 내란범을 비호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화예술계도 다시 정치 참여 움직임이 거세졌다.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한국영화감독조합 등 영화 관련 81개 단체 영화인 3007명은 8일 긴급 성명을 내고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 정지와 파면 등을 요구했다. 전국 예술인 5000여 명과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 한국민예총, 한국작가회의 등 200여 개 단체도 시국 선언문을 냈다.
노벨문학상 수상 발표 이후 두문불출했던 한강 작가도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간담회에서 "2024년에 다시 계엄 상황이 전개되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면서 "바라건대 무력이나 강압의 방식으로 과거의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