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 2024-12-30 20:00:00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항공기 추락 사고를 겪은 슬픔과 비통함이 쏟아지고 있다. 소셜미디어(SNS)에는 “이런 후진국형 사고가 난 사실을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울분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다시 비행기를 타지 못할 것 같다”는 불안감도 터져나온다. 10~20대가 주로 사용하는 엑스(X)에서도 추모 목소리가 가득하다.
엑스의 실시간 트렌드는 30일 오후 4시 기준 무안공항 사고 관련 키워드가 장악했다. ‘제주항공’ 관련 글은 약 53만 개, ‘무안공항’ 관련 글은 20만 개에 달했다. 게시 글 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늘어나고 있다.
이날 실시간 트렌드 1~10위는 대부분 사고 관련 내용으로 ‘유가족’ ‘애도’ ‘비행기 사고’ 등 관련 키워드를 합하면 게시 글 수가 100만 개를 훌쩍 넘겼다. ‘에어포비아’(비행 공포증)나 저비용 항공사에 대한 불안감도 커 보인다. 이날 엑스에 글을 올린 한 네티즌은 “3년 만에 가족여행인데 너무 고민이다. 2월에 제주항공 타고 필리핀 보홀을 가는데 취소할까 싶다”며 “설마 같은 사고 또 날까? 오늘 아침 랜딩 기어 문제로 또 회항했다고 한다”고 우려를 보였다.
한 엑스 이용자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는 “우리 아버지는 제주항공 기장이다. 사고가 나지 않았더라면 그 비행기를 받아 제주도까지 비행할 예정이셨다”고 전했다. 이어 “사고 난 비행기 기장님은 아버지 사관학교 선배님이고, 부기장님은 몇 주 전까지만 해도 같이 비행을 했다”며 “아버지도 많이 힘들어 하시는데, 유가족분들은 얼마나 더 힘드실지 차마 가늠이 안 되고 힘들다”고 토로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이번 사건을 ‘애경 참사’라고 지칭한다. 엑스에 글을 올린 한 이용자는 “항공이 제주항공이라면서요. 근데 왜 자꾸 공항 탓을 하냐”며 “주차장에서 사고 나면 주차장 탓할 거냐”고 일침을 날렸다. 이 글은 이날 오후 4시 기준 조회수 약 70만 회를 기록했다.
이번 참사가 대통령 탄핵 정국에 일어나면서 복잡한 나라 정세 때문에 힘들다는 호소도 잇따르고 있다. 한 네티즌은 “(사고 소식을 듣고) 신랑이 반 아이들에게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며 “여행 간 애들은 없지만 한 명 한 명 통화하면서 옆에 있는 내가 다 떨렸다”며 “정말 2024년 12월의 한국은 너무 힘들고 힘들다”고 적었다.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는 제주항공을 두고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제주항공 관계자가 10개월 전에 올렸던 안전사고 경고 글도 재조명 받고 있다. 해당 글 내용에는 “요즘 툭하면 엔진 결함이다. 언제 떨어질지 모른다”는 글이 담겨 있었다. 댓글에는 “1년 전부터 내부 직원들은 꾸준히 문제 제기를 했는데 묵살됐나 보다” 등 안타깝다는 반응이 이어진다.
SNS에는 유가족을 돕고 싶다는 호소도 이어진다. 소셜미디어 스레드(Threads)의 한 이용자는 “해외 사는데 무안공항 사고 관련 어려움 겪는 사람은 DM줘. 무안공항까지 편도 60km 1시간 거리에 있다”는 게시글을 올렸다. 이 글에는 “생면부지 관계에 기꺼이 도움 주겠다는 마음 응원한다” “착한 마음 본받겠다. 고맙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무안공항 카페에 선결제를 해뒀다는 인증 글도 올라왔다. 한 네티즌은 스레드에 사진 한 장을 게시해 “국가 애도 기간, 참담한 마음 조금이라도 녹일 수 있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너무 감사하다”는 글을 게시했다. 게시 글 속 사진에는 공항 카페 진열대에 ‘봉사자 및 유가족은 아메리카노나 카페라떼 드시길 바랍니다. 선결제 되셨어요’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