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 2025-01-01 18:10:23
환율 급등 영향으로 ‘달러 환산 코스피’가 2년여 전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외국인의 저가 매수세 유입이 머지 않았다는 기대감과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혼재한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달러 환산 코스피 지수는 787.84를 기록했다. 이는 2022년 10월 31일(782.15) 이후 최저치다. 달러 환산 코스피는 지난해 7월 11일 1009.97을 정점으로 내리막에 접어든 뒤 지난달 말 800선을 내줬다. 특히 지난달은 7.55% 떨어져 지난해 월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달러 환산 코스피는 원달러 환율을 반영한 코스피 가격을 나타낸 것으로 외국인 투자자가 참고하는 중요한 지표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국내 정세가 급격히 불안정해지자 지난해 4분기 원달러 환율은 평균 1398.75원을 기록,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분기(1418.3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특히 지난달은 1401원으로 출발해 한 달 새 1472.5원까지 치솟으며 달러 환산 코스피의 급락세를 이끌었다.
달러 환산 코스피의 가파른 하락을 둘러싼 해석과 전망은 엇갈린다. 먼저 외국인에게 코스피의 저평가 매력이 한층 강하게 부각될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실제 최근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가 둔화하고 있는 점은 이런 기대를 키우는 요인이다. 반면 외국인에게 코스피 하락률이 더 두드러져 보이게 해 증시 체력에 대한 의구심을 키울 수 있다. 특히 글로벌 투자은행(IB)을 중심으로 내년에도 원달러 환율이 오름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 외국인의 저가 매수를 기대하기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현재 코스피 수준에 대해 “선반영된 정치 불안, 반도체 실적 우려 등 대부분의 불안 요인이 현실화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딥 밸류(초저점 구간)로 평가한다”며 “2440~2450대에서 지지력을 테스트한 이후 반등 시도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올해 금리 인하 속도 조절을 시사하면서 환율 부담이 더 커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iM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외환 건전성은 양호하지만, 정국 불안 장기화 리스크로 인한 성장 둔화 및 국가신인도 하락 우려 등은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