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와 소망 담아 평안한 새해 기원

제주항공 참사 속 2025년 밝아
유족 사고 현장 처음 찾아 통곡
시민들 차분한 분위기서 해맞이
해돋이 대신 분향소 찾아 추모도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2025-01-01 18:33:14

무안 제주항공 참사 분향소가 차려진 무안국제공항에서 1일 오후 추모객들이 조문을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무안 제주항공 참사 분향소가 차려진 무안국제공항에서 1일 오후 추모객들이 조문을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 애도 기간 속 2025년의 첫 해가 떴다. 무안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들은 세상에서 가장 슬픈 새해 인사를 전했다. 각지 해맞이객들도 가슴 한 켠에 묵직한 슬픔을 담은 채 개인과 가족을 위한 소망을 빌었다. 해맞이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2024년은 너무 힘든 한 해였다”면서 새해는 평온한 일상이 찾아오길 바랐다.

황량하게 기체 꼬리만 남은 사고 현장을 마주한 이들은 울부짖을 뿐이었다. 슬픔을 이기지 못한 이는 속절없이 무너졌다. 하늘은 야속하리만치 푸르렀다.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들이 1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사고 현장을 처음 마주했다. 전체 700명이 조를 나눠 현장을 찾은 유가족들은 버스에 내릴 때부터 가까스로 걸음을 옮기는 모습이었다.

현장에서 유족들은 과일과 떡국 등을 놓은 채 간단한 추모식을 진행했다. 국화꽃을 놓고 술을 올린 뒤 절을 했다. 바닥에 엎드린 누군가는 통곡을 쏟아냈다. 다시 볼 수 없는 가족 이름을 부르는 이도 있었다. 이들의 고통과 울분이 활주로에 퍼져나갔다.

무안공항에는 전국에서 추모객들도 몰려들었다. 희생된 이들이 못내 떨쳐지지 않아 해돋이 대신 애도를 선택한 이들이었다. 공항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이른 시간부터 추모객이 찾았고 대기 줄은 청사 밖 100m 넘게 이어졌다. 한 추모객은 “희생자에 대한 안타까움이 너무 커 가족과 함께 찾았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빌었다. 공항 곳곳에는 속옷, 양말, 생필품, 라면, 초코파이 등을 무료로 제공하거나 주변 정리·청소를 도맡아 하는 자원봉사도 이어졌다.

전국 해맞이 명소를 찾은 시민들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 조용히 소망을 비는 모습이었다. 부산 각 지자체들은 올해 해돋이 행사를 취소한 채 안전 요원만 해돋이 장소에 배치했다.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해수욕장에서 해맞이를 한 김경화(58) 씨는 “비상계엄과 비행기 사고로 마음이 잘 잡히지 않는 연말이었다”며 “새해에는 평온한 일상이 되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에 나왔다”고 말했다. 딸과 함께 울산 간절곶을 찾은 40대 주부 A 씨는 “최근 나라에 안 좋은 일이 너무 많아 가슴이 아프다.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느낀다”며 “올해는 모두 아무 걱정 없이 무탈했으면 좋겠다”고 기원했다.

진주 금오산에서 김경운(54) 씨는 “예전에는 새해 일출을 보지 않았는데 지난해 워낙 안 좋은 사건이 많이 터져 나라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 소원을 빌려고 나왔다”고 말했다.

부산경찰청은 이날 부산 전역에 10만 5500명이 해맞이를 보러 왔다고 추산했다. 해운대해수욕장 2만 9000명, 다대포해수욕장 2만 9000명, 광안리해수욕장 2만 3000명, 용궁사 1만 5000명 등이다. 울산시 울주군 간절곶에는 3만여 명이 모였다.


지면보기링크

포토뉴스

가장 많이 본 뉴스

  • 사회
  • 스포츠
  • 연예
  • 정치
  • 경제
  • 문화·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