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 2025-01-13 18:11:08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 물리적 충돌이 빚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이 충돌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집행 계획을 짜기 위해 막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경호처와 국방부에 체포·수색영장 집행에 협조해 달라는 공문을 보내는 동시에 ‘위법한 명령을 따르지 않는 것은 직무 유기가 아니다’라며 경호처 직원들을 압박하고 있다.
공수처는 13일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준비 상황에 관해 “집행 계획을 더 세밀하게 짜고 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경찰 국가수사본부와 구체적인 집행 시점과 방법, 인력 투입 방안 등을 계속 협의하고 있다.
최근 윤 대통령이 경호처 간부들에게 2차 체포영장 집행 시 무력 사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거나, 소총 가방으로 추정되는 배낭을 멘 경호처 직원들의 모습이 목격됐다는 언론 보도 등이 나오면서 물리적 충돌 우려가 고조되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 측은 “대통령이 일상적인 업무 매뉴얼에 의한 적법한 직무 수행을 강조했을 뿐, 이 같은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경호처 내부에선 영장 집행을 더 이상 저지하면 안 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럼에도 경호처가 강경 저지에 나선다면 최악의 경우 경찰 등과 충돌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공수처가 전날 경호처와 국방부에 체포·수색영장 집행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하는 공문을 보낸 것도 공권력 간 유혈 충돌 사태가 발생하면 안 된다는 고심의 결과물로 풀이된다. 이날 공수처는 “어젯밤(12일) 국방부, 대통령경호처에 체포영장 등 집행 협조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공문에는 영장 집행을 방해하면 민형사상 책임을 묻을 수 있다는 경고성 내용이 담겼다. 다만 공수처는 ‘책임을 묻겠다’는 식의 강경한 표현보다는 ‘민형사상 책임, 공무원 연금 수령 제한 등 불이익이 따를 수 있다’는 등의 완곡한 표현을 썼다. 또 공문에는 담지 않았지만 “영장 집행을 막으라는 위법한 명령에 따르지 않더라도 직무유기죄 성립 등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경호처 직원들에게 알리기도 했다.
공수처가 경호처에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협조하라는 공문을 보낸 것은 지난달 31일에 이어 두 번째다. 지난달 공문은 박종준 당시 경호처장에게 보냈는데, 이번에는 처장 직무대행인 김성훈 경호처 차장이 아닌 경호본부, 경비안전본부, 경호지원본부, 기획관리실, 감사관실, 경호안전교육원 등 6개 부서장에게 직접 보내는 방식을 취했다.
이런 전달 방식을 놓고 체포영장 집행 저지를 놓고 강경파로 알려진 김 차장, 이광우 경호본부장 등과 나머지 간부들 사이에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점 등을 고려해 경호처의 ‘단일대오’를 흐트러뜨리려 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또 경호처 직원들에게는 별도의 메시지를 발신해 지휘부와 일선 직원, 지휘부 사이를 나눠 공략하는 방식을 택했다.
경찰은 이 본부장에게 이날 오전 10시까지 경찰에 출석해 특수공무방해 피의자로 조사받으라고 요구했지만, 이 본부장은 이번 3차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경찰은 김신 경호처 가족부장에게도 14일 나와 조사를 받으라고 출석요구서를 보내둔 상태다.
경호처 내부가 동요하고 있다는 정황들도 나오고 있다. 경호처 중간 간부들 사이에서는 경호처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강경파’ 김성훈 경호차장의 사퇴 요구까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2일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경호처 4급 이상 회의에서 한 부장급 간부가 김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의 사퇴를 공개 거론하다 대기발령 조처된 상태라고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공수처가 앞서 경찰의 출석 요구에 세 차례 불응한 김 차장과 이 본부장 등의 체포영장 신청·발부 상황을 우선 지켜본 뒤 윤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