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 2025-04-08 10:31:11
아돌프 히틀러,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로널드 레이건, 무하마드 알리, 마이클 J 폭스….
언뜻 접점이 없어보이는 이들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파킨슨병으로 고통 받은 이들이다. 1817년 영국인 의사 제임스 파킨슨이 논문을 발표하면서 증상이 처음 알려진 이래 그의 생일인 4월 11일을 ‘세계 파킨슨병의 날’로 지정해 공로를 기리고 있지만, 아직 발병 원인조차 확실하지 않다
8일 부산봉생기념병원에 따르면, 파킨슨병은 뇌의 도파민 신경세포가 손상되면서 생기는 퇴행성 뇌질환이다. 파킨슨병이 오면 손과 팔이 떨리고 다리와 얼굴에도 경련이 일어나며, 걸음걸이도 느려진다. 하지만 그런 신경세포의 변성이 왜 일어나는지, 발병 원인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려진 것이 없다. 대한노인의학회, 대한파킨슨병·이상운동질환학회 정회원으로 활동하며 질병을 연구해온 봉생기념병원 신경과 이원호 의무이사는 “이처럼 뚜렷한 발병 원인을 모를 때 ‘특발성’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파킨슨병이 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파킨슨병이 치매(알츠하이머병) 다음으로 흔하다는 데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파킨슨병 환자는 2023년 기준 14만 2000여 명에 이른다. 2019년(12만 5000여 명)과 비교하면 13%나 늘어난 수치다. 우리나라의 급속한 고령화 추세와도 관련이 있는 셈이다.
파킨슨병은 치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일반인에 비해 치매 발생 위험이 아주 높다. 이원호 의무이사는 “파킨슨병 환자의 치매 누적 발생률은 진단 20년 후 83%까지 증가하며, 정상인에 비해 최대 6배까지 치매 발병 확률이 높아진다”고 부연했다.
대사증후군이 있으면 파킨슨병 발병 위험은 배 이상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뇨,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의 만성질환을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파킨슨병 예방에 중요한 것은 그런 때문이기도 하다.
아쉽게도 파킨슨병을 완치할 수 있는 치료법은 아직 없다. 하지만 서서히 진행되는 파킨슨병의 특성상 조기에 발견해 적절한 약물 치료를 시작하면, 증상 완화는 물론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 특히 개인의 상태에 맞는 최적의 치료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원호 의무이사는 “규칙적인 운동과 인지 기능 훈련까지 병행하면 병이 악화되는 것을 많이 지연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봉생기념병원은 파킨슨병을 비롯해 알츠하이머병, 뇌졸중 등 노령인구의 퇴행성 뇌질환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치료, 관리법 인프라를 갖추고 통합 진료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