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갱년기 증상 관리법 “호르몬 치료와 항우울제 보조요법 적극 시도”

홍조 불면 우울 불안 질건조 등 증상
50세 전후 롤러코스터 올라탄 느낌
유방암 병력 없을 땐 호르몬 치료
자궁·유방 초음파로 우선 검진 실시
폐경 10년 지난 후엔 보조요법 시도
멜라토닌·항우울제 부작용 없어

김병군 기자 gun39@busan.com 2025-04-21 18:00:28

50세 전후로 갱년기가 찾아오면 여성들은 롤러코스터에 올라탄 것처럼 심한 감정의 기복을 경험하게 된다. 최은정 원장이 갱년기 증상 관리법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우주가정의학과의원 제공 50세 전후로 갱년기가 찾아오면 여성들은 롤러코스터에 올라탄 것처럼 심한 감정의 기복을 경험하게 된다. 최은정 원장이 갱년기 증상 관리법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우주가정의학과의원 제공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이다. 괜히 눈물이 나고, 울컥 화가 치밀어 오른다. 아침저녁으로 기분이 오락가락한다.”

폐경을 전후해 여성은 제2의 인생이 시작된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인생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없었던 많은 불편한 증상이 와르르 쏟아진다. 얼굴 홍조, 열감, 땀나는 정도는 보통이고 두근거림, 불면, 불안, 우울, 질 건조, 통증 등도 흔한 증상 중의 하나다. 여러 증상들이 너무 몰아쳐 오니 우울증을 심하게 겪는 경우도 많다. 우울증이 심해지면 동반하고 있는 통증도 더 심해진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하지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롤러코스터는 언젠가는 멈추기 마련이다. ‘우리가족 평생 주치의’를 모토로 내걸고 있는 우주가정의학과의원 최은정 원장으로부터 50세 전후로 나타나는 여성 갱년기 증상의 관리법에 대해 알아본다.

■여성호르몬 치료해도 되나

폐경 이후 계속되는 악순환 고리를 끊고 선순환의 시작점을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크게 어렵지가 않다. 갱년기 증상만 잘 조절하면 새로운 세상을 더 많이 즐길 수가 있다.

여성호르몬이 분비되는 동안에는 여성호르몬은 임신할 수 있도록 여성의 몸을 최대한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 가임기 여성들은 남성에 비해 많은 질병의 유병률이 월등히 낮지만, 폐경 후 10년이 지나면 남성과 유병률이 비슷해진다. 그 말은 남성이 20세부터 30년 동안 겪은 노화 현상을 여성은 폐경 후 10년 만에 한꺼번에 만난다는 것이다.

폐경 직후 가장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치료는 여성호르몬 치료다. 폐경이 10년 정도 지난 이후에는 여성호르몬 치료가 추천되지는 않는다. 폐경이 최근이고 유방암이나 자궁암의 병력이나 가족력이 없다면 적극 시도해도 된다.

여성호르몬 치료를 한다고 해서 없던 암이 새롭게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 다만 여성암 병력이 있을 때는 암을 키울 수 있기 때문에 호르몬 치료 전에 자궁·유방 초음파 등의 기본적인 검사를 해보는 것이 좋다. 그리고 호르몬 치료 중에는 주기적인 검진을 통해 경과 관찰을 하면 된다.

최 원장은 “여성호르몬 치료는 안티에이징 개념이다. 치료하는 동안 자신의 노화 속도를 감속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여성호르몬 치료를 평생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여성호르몬 치료를 중단하는 시점에는 어쩔 수 없이 갱년기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10년 후 다시 찾아오는 2차 갱년기

폐경 직후에 힘든 시기를 보내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이젠 끝이라고 생각을 한다. 하지만 10여 년이 지난 시점에 난데없이 그 증상이 다시 나타나 사람을 당황하게 할 수 있다. 60~70대 여성의 상당수가 그런 하소연을 한다. “폐경 직후 힘들었던 증상이 10년도 더 되었는데 다시 나타나 너무 힘들어요.” 이런 일이 나에게만 일어나는 걸까. 그렇지는 않다.

아주 많은 여성이 이런 일을 겪는데 ‘2차 갱년기’라고 하면 쉽게 설명이 될 것이다. 정식 의학 용어는 아니지만 60세가 넘어 노화로 호르몬 분비가 떨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교감 신경과 부교감 신경의 불균형으로 나타난다. 교감신경과 부교감 신경을 조절하는 약물로 증상을 쉽게 조절할 수 있다. 폐경 10년이 지난 시점에는 여성호르몬 치료가 추천되지 않기 때문에 다른 보조적인 요법들이 필요하다. 항우울제와 멜라토닌이 선택지가 될 수 있다.

항우울제의 작용 기전은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 등의 신경전달 물질을 조절하는 것이다. 항우울제는 기분이나 감정과 관련된 뇌 구조의 활성화를 촉진하는데 장기간 복용해도 부작용이나 내성이 없다. 겁내고 안 먹을 이유가 전혀 없다. 항우울제를 복용하면 텐션이 올라가면서 활력이 생기는 것을 바로 느낄 수가 있다.

나이가 들면 수면 시간과 질이 떨어지지만 매일 꼭 잘 자야 한다는 부담감은 버리는 것이 좋다. 오늘 못 자면 내일 잘 잘 확률이 높고, 이틀 못 자면 삼 일째 그 확률은 더 높아진다고 생각하면 된다. 하루 4시간 이상만 꿀잠을 자면 우리가 생활하는 데 큰 문제는 없기 때문이다.

멜라토닌은 뇌에서 분비되는 생체 호르몬이다. 젊을 때는 잘 분비되지만 나이가 들면 분비가 떨어져 수면장애를 유발하게 된다. 이럴 때 멜라토닌을 꾸준히 복용하면 수면의 질이 아주 좋아진다.

최 원장은 “멜라토닌은 60대 이후에 필수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환경에서 큰 변화를 주지 않더라도 약물 추가만으로 드라마틱하게 삶의 질이 호전되는 경우를 자주 만나게 된다. 60대 이후 여성들에게는 비타민과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고 조언했다.

■태반주사 치료의 효과

태반주사도 질 건조증, 질 위축증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피부건조와 불안, 불면 등에도 권할 만하다. 환자 컨디션에 따라 주 1회에서 월 1회까지 다양하게 치료해 볼 수 있다.

태반주사는 크게 추출물과 분해물이 있다. 같은 원료인데 추출물은 원료를 추출해서 만든 것이고, 분해물은 분해하여 만든 것이다. 태반 한 개로 추출물은 100개 앰풀이 되지만 분해물은 1000 앰풀 정도를 만든다고 보면 된다. 같은 태반주사지만 효과는 차이가 꽤 있다.

첨가물이 들어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피하주사만 가능한 것도 있고 정맥·근육·피하주사 다 가능한 것도 있다. 전문의와 상담 후에 선택하면 된다.

최 원장은 “얼굴 홍조는 피부과에서, 질건조는 산부인과에서, 우울증은 정신과에서 따로 진료를 볼 필요가 없다. 그렇게 각각 진료를 받다 보면 전체를 놓칠 수가 있다. 가정의학과 전문의를 만나면 여러 가지 문제를 한 번에 쉽게 해결할 수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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