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도장만 찍고… PK는 스쳐 지나가는 대선 주자들

민주 후보들 순회 경선 부산 패싱
국힘 후보도 텃밭 대구와 비교
이철우, 햄버거 간담회 일정만
김문수, 부평깡통시장 잠깐 찾아
지역 민심은 유보적 여론 많아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2025-04-21 20:20:00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가 지난 20일 부산 중구 부평깡통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 페이스북 캡처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가 지난 20일 부산 중구 부평깡통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 페이스북 캡처

6·3 대선이 40여 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역대 선거 캐스팅보트로 꼽혀온 부산·울산·경남(PK)을 대하는 후보들의 태도는 미온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역 여론을 청취하겠다며 부울경을 찾았지만 실제로 이들이 체류한 시간은 당초 취지에 비해 턱없이 짧았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최근 실시된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지지 후보 없음’, ‘모름’ 등 의견을 유보한 PK의 응답이 전국 상위권에 위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주자들은 대선 경선 승리를 위해 연일 분주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민주당의 경우 지역 순회 경선이 진행되고 있어 이재명·김경수·김동연의 3명 주자가 전국을 누비고 있으며, 국민의힘은 별도의 권역별 경선이 없어 중앙 무대에서 여론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처럼 양당은 상반된 분위기를 보이고 있지만 각 당의 후보들은 중간중간 시간을 내 전국 곳곳을 돌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유독 PK는 이번 경선 기간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하는 모습이다.

민주당의 경우 지난주 주말 충청권과 영남권 지역 순회 경선을 연달아 개최했다. 그러나 이 시기 3명의 후보가 부산행에 오른 이는 한 명도 없다. 이 후보의 경우 대선 국면이 본격화되기 전인 지난달 초 부산을 찾아 북극항로 개척 의지를 재천명했으며 김경수 후보 또한 지난 2월 국책은행 부산 이전을 강조한 게 전부다. 이 후보가 충청권 순회 경선을 이틀 앞둔 지난 17일 대전시 유성구 국방과학연구소를 방문한 것과 이보다 하루 앞서 돌연 배낭을 둘러매고 캠프 사무실을 나서 자신의 고향인 충청으로 현장 유세에 돌입한 김동연 후보의 행보와 비교하면 더욱이 대조된다.

국민의힘 후보들 또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대선 경선 후보 등록 이후 부산을 처음으로 찾은 이철우 후보는 지난 16일 전국 정책 투어 일환으로 경남과 부산을 연달아 방문했다. 그러나 이날 세부 일정을 보면 시민들과 만난 것은 오후 6시 부산 청년들과 햄버거 간담회를 가진 것에 그친다. 연일 강경 색채를 강화하고 있는 김문수 후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난 20일 대구를 찾아 오전 9시 30분부터 조환길 대주교 예방, 대구경북 시도의원 간담회, 경북대 청년토크쇼, 서문시장 방문, 대구부활절연합예배 등 보수 텃밭에서는 숨 가쁜 일정을 소화한 것과는 달리 부산에서는 오후 5시 30분 박형준 부산시장과 만찬을 진행한 데 이어 오후 6시 30분 부평깡통야시장을 찾아 한 시간가량 보낸 게 전부다.

이처럼 민주당과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이 부울경에 소홀한 모습을 보이자 지역 여론은 즉각 이들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표출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의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정례 조사에 따르면, 4월 1주 차(1~3일, 1001명 대상)에서는 부울경에서 지지 후보가 없다는 응답과 모르겠다는 응답을 합친 의견 유보 응답이 44%로 대구·경북과 함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어 2주 차(8~10일, 1005명)에는 31%로 다소 완화되는 양상을 보였지만 이 또한 전국 평균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치였으며 3주 차 조사(15~17일, 1000명)에서는 또다시 36%로 늘어나며 전국에서 가장 높은 권역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기류는 본선 무대에서 당락을 가를 핵심 요인으로 급부상하는 모습이다. 급작스러운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짧은 기간 치러지는 특성이 있지만 지역 홀대론이 불거질 경우 PK 여론이 한 번에 돌아설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양극화로 치러지는 선거지만 부울경처럼 실리를 따지는 지역의 경우 경선 국면에서 미적지근한 태도가 본선에서 발목을 잡을 수 있다”며 “각 후보들이 PK 구애를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중앙 무대에서 좁아진 부울경 정치인들의 입지와 연관 짓는 시각도 존재한다. 부울경 목소리를 여의도에 전달하는 채널이 약화된 까닭에 주자들이 PK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레 줄어들었다는 의미이다. 한편, 인용된 각 여론조사는 무선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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