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 2호기 '계속운전' 허가 또 미뤄… ‘방사선환경영향평가 규정’ 놓고 이견

원안위, 계속운전 차기 회의서 재논의키로
‘10년 수명 연장’ 원전 10기 첫 단추 ‘진통’
11월 13일께 세 번째 원안위 회의 열릴 듯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2025-10-23 18:42:21

23일 서울 중구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제23차 회의에 최원호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최대 10년 수명 연장을 추진하는 고리 2호기 계속운전 허가에 대한 심의가 진행됐다. 연합뉴스 23일 서울 중구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제23차 회의에 최원호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최대 10년 수명 연장을 추진하는 고리 2호기 계속운전 허가에 대한 심의가 진행됐다. 연합뉴스

고리 원자력발전소 2호기(부산 기장군 장안읍 소재) 계속운전 허가(운영변경허가 승인) 결정이 또다시 다음 회의로 미뤄졌다. 지난달 9월 25일 원안위 회의에서 10월 23일로 미뤄진데 이어 두 번째 연기다. 다음 회의는 오는 11월 13일 개최될 예정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23일 제223회 회의를 열어 고리 2호기 계속운전에 대한 두 번째 심의를 진행했으나 방사선환경영향평가 규정을 놓고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의견에 따라 차기 회의에서 계속 심의하기로 했다. 계속운전 허가안을 심의·의결 안건으로 다뤘으나 충분한 논의를 위해 이후 회의에 안건을 재상정하기로 한 것이다.

이날 재상정된 사고관리계획서는 오후 4시 원안위원 표결을 거쳐 재적위원 7인 중 반대 의사를 밝힌 진재용 위원을 제외한 6인 찬성으로 원안 의결됐다. 하지만 계속운전 허가안을 놓고는 고시에 있는 '운영허가 이후 변화된 방사선환경영향평가'라는 문구를 놓고 위원들 간 충돌이 이어졌다.

방사선환경영향평가는 원전 운전이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것으로 고리 2호기 건설 및 운영허가 당시는 허가서류가 아니었지만, 1982년 관련법 개정으로 허가 서류가 됐다.

이에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새로 방사선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해 평가서를 제출했지만, 진재용 위원은 운영허가 당시와 변화 여부를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이와 관련, 김기수 위원은 "이미 다 달라진 것을 전제로 해 최신 자료로 평가한 것인 만큼 실익이 없다"며 고려 사항이 아니라는 의견을 폈다.

이에 최원호 원안위위원장은 규정의 취지는 최신 환경에 대한 평가를 충실히 하라는 의미로 이해한다면서도 "변화된 정도는 보여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타당하게 보인다"며 "허가 당시 부지 특성이나 인구 등 주변환경 파악할 수 있는 기존 서류를 참고 자료로 제시해 달라"고 요청했다.


고리원전 2호기(부산 기장군 장안읍 소재) 외부 전경. 한수원 제공 고리원전 2호기(부산 기장군 장안읍 소재) 외부 전경. 한수원 제공

한수원이 원안위에 계속운전 심의를 요청한 원전은 총 10기이나 이들 원전 모두 건설허가 당시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가 허가서류가 아니었던 만큼 이번에 이견을 해소하지 못하면 다른 원전 심사에서도 관련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리 2호기 계속운전 안건이 원안위에 상정된건 지난달 25일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로, 한수원이 계속운전을 신청한 국내 원전 10기 가운데 첫 번째 원전이다. 원안위 두 번째 심의에서도 고리 2호기 계속운전 허가가 미뤄지면서 원안위원별 질의 사항에 대한 답변 등을 통해 원안위의 심의 절차에 따른 재심의가 예상된다.

원전업계에서는 2025년 국정감사 일정이 오는 30일까지 진행되는 만큼, 이번 원안위 심사에서도 핫이슈인 고리 2호기 계속운전 허가가 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게 아니냐, 다음 회의로 허가 여부 결정이 미뤄지는게 아니냐는 전망이 흘러나온게 사실이다.

한수원은 원안위가 이번에 계속운전을 허가(승인)하면 재가동 준비에 착수할 계획이었다.

한수원은 계속운전 재가동 필수조치사항인 검증수명 만료기기 교체, 사고대처설비 계통연계 설계변경 설비개선을 준비 중이다. 고리 2호기는 계속운전 승인이 나면 약 3개월간의 설비개선 기간을 거쳐 재가동에 들어간다.

하지만, 고리 2호기의 계속운전 허가가 미뤄지면서 연내 재가동은 물건너갔다.

고리 2호기는 1983년 4월 9일 상업운전을 시작한 발전소다. 가압경수로 방식의 전기출력 685MWe(메가와트)급 원전이다. 계속운전 허가 시 고리 2호기의 수명은 2033년 4월까지 연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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