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골조 철근마저 녹아 휘어져… 거센 불길 원인 찾는 데 초점 [반얀트리 화재]

16일 합동감식 2시간가량 진행
발화 지점은 B동 1층 PT룸 주변
경찰 "용접 작업 중 화재 가능성"
주변에 불 잘 붙는 자재 쌓여 있어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2025-02-16 18:22:15

14일 오전 부산 기장군 기장읍 반얀트리 호텔 신축공사장에서 불이 나고 있다. 이 화재로 6명이 숨지고 27명이 부상을 입었다. 연합뉴스 14일 오전 부산 기장군 기장읍 반얀트리 호텔 신축공사장에서 불이 나고 있다. 이 화재로 6명이 숨지고 27명이 부상을 입었다. 연합뉴스

16일 오전 11시께 부산 기장군 기장읍 ‘반얀트리 해운대 부산 호텔 앤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합동 감식이 진행됐다. 6명의 사망자를 낸 화재 현장인 B동 건물은 깨진 창문 사이로 시커멓게 그을린 내부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화재가 난 곳은 12층 높이 건물 2동 가운데 1개 동으로 시공사 측은 임시로 A동과 B동, 또 두 건물을 잇는 로비동 등으로 불렀다.

건물 골조를 이루던 철근마저 녹아내린 채 휘어버려 불길이 얼마나 거셌는지 짐작케 했다. 상아색 외벽 역시 원래 색깔을 잃어버렸다. 건물 바깥까지 여전히 코를 찌르는 매캐한 냄새가 흘러나왔다. 건물 외벽에는 노란색 작업중지명령서도 붙어있었다.

처참한 모습의 건물 안팎으로 흰색 방호복을 입은 합동감식단 관계자들이 쉴 새 없이 오갔다. 감식단 관계자들 안전모와 옷에도 까만 재가 뒤덮였다. 화재 현장 주변으로는 외부 출입을 통제하는 폴리스라인이 쳐져 제한된 인원만이 현장을 드나들었다. 하지만 폴리스라인 바깥에는 경찰, 소방관, 구청 공무원 등 수십 명이 몰리기도 했다.

합동 감식은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2시간가량 진행됐다. 감식에는 경찰과 검찰 수사관을 비롯해 소방 당국·고용노동부·국립과학수사연구원·전기안전공사·재난안전연구원 관계자가 참여했다. 시공사인 삼정기업과 하청업체 관계자들도 함께했다.

합동감식 초점은 발화 지점과 화재 원인을 찾는 데 맞춰졌다. 감식단은 일단 발화 지점을 B동 1층에 위치한 PT룸 배관 주변인 것으로 확인했다. PT룸은 배관 관리·유지·보수를 위한 공간이다. 경찰은 현장에서 작업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휴대폰, 안전모, 조끼 등 유류물 10점도 수거했다.

사건 수사를 위해 검찰과 경찰이 전담팀도 꾸렸다. 경찰은 “PT룸 인근에서 배관을 절단하고 용접하는 작업을 하던 중 화재가 발생한 것을 목격했다”는 진술을 확보, 일단 용접 불티가 화재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으로 CCTV 등으로 현장 출입자 등을 확인하는 과정도 거친다. 조만간 시공사인 삼정기업 압수수색 등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날 화재 장소인 B동 1층 공간 하부층에는 여전히 목재와 페인트, 단열재 등 쉽게 불이 붙을 수 있는 자재들이 쌓여 있었다. 화재 당시에도 현장 곳곳에 인테리어 마감 작업을 위한 페인트통과 단열재, 시너 등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화재 현장을 둘러본 경찰 관계자는 “화재로 연기가 발생하면 순식간에 내부에 가득 차기 때문에 상황을 모르던 인부들이 순식간에 방향 감각을 잃고 질식으로 쓰러지고 했던 것 같다”며 “바닥에 깔린 자재들도 뾰족하고 위험한 것들이 많아 캄캄한 공간에서 부딪혀 넘어지거나 일어나서 대피하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이고 밝혔다.

동아대 경찰학과(화재안전) 임옥근 교수는 “물류창고 등 각종 공사 현장에서 용접 불티로 인한 화재는 매우 잦은 편”이라며 “불티가 튀면 곧바로 불이 붙기도 하지만, 불티가 숨어 있다가 1시간 뒤에 화재가 발생하는 사례도 잦은 만큼 안전 관리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또 “용접 시 가연물을 방화포로 덮거나 이격하는 등 공사 현장에서 제대로 된 규정과 법을 준수하도록 조치가 됐어야 하며, 피난유도선 설치 여부 등 소방법 등에서 규정하는 안전 조치가 제대로 됐는지도 점검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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