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 2025-03-27 08:00:00
“이상하고 재미있는 이 영화를 이상하고 재미있게 즐겨 주시면 좋겠습니다.”
배우 김의성은 영화 ‘로비’를 이렇게 소개했다. 그는 지난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로비’ 언론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오늘 영화를 보니 마음이 확 움직이는 걸 느꼈다”며 “재미있는 말맛을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김의성을 비롯해 강말금, 강해림, 박병은 등이 함께 했다. 연출과 연기를 모두 맡은 하정우는 급성 충수염 수술로 인해 간담회에 참석하지 못했다.
이 영화는 배우 하정우가 직접 메가폰을 잡은 세 번째 연출작이다. ‘롤러코스터’(2013년) ‘허삼관’(2015년)을 선보였던 그가 10년 만에 로비 골프 세계를 다룬 작품으로 돌아왔다. 이야기는 연구밖에 모르던 스타트업 대표 창욱이 4조 원의 국책 사업을 따내기 위해 로비 골프 세계에 발을 디디면서 시작된다. 하정우가 창욱을, 김의성이 정치권 실세 최 실장을 연기했다. 하정우, 김의성의 말맛 있는 대사가 영화의 재미를 더한다.
김의성은 자신의 캐릭터에 대해 “전작의 비호감을 다 뛰어넘을 만한 비호감 캐릭터가 나올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며 “연기할 때 최대한 젠틀하고 멋진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마음을 담았는데 결과물이 너무 이상해서 깜짝 놀랐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영화 전체로 봐서는 이 인물이 비호감으로 보일수록 상대 캐릭터의 청순함과 반듯함을 더 돋보이게 하는 것 같다”며 “창욱에게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눈에 띄는 건 이 작품의 주요 여성 캐릭터 두 명이 모두 부산 출신이라는 점이다. 배우 강말금이 부정부패의 정점에 선 ‘조 장관’을, 신예 강해림이 프로골퍼 ‘진 프로’를 연기해 눈길을 끈다. 강해림은 “유일하게 영화에서 정상적이고, 보통의 사람과 비슷한 캐릭터”라며 “그 안에서 존재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 ‘애비규환’ ‘행복의 나라’ 등에서 연기 내공을 차곡차곡 쌓아온 강말금은 이번엔 유쾌한 모습으로 관객을 찾는다. 강말금은 “저도 돈을 좋아하지만, (조 장관은) 차원이 다르게 좋아하는 인물”이라며 “골프도 처음인데 머리 스타일도 바꾸고 염색도 했다”고 말했다.
이날 함께 하지 못한 하정우는 영화 홍보사를 통해 “(캐릭터가) 의도한 대로 나왔다”고 전했다. 강말금은 “감독님이 (충수염) 비보를 전하면서 자신의 병까지도 코미디로 승화해 달라고 했다”며 “며칠 후 건강히 돌아와서 빈자리를 채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