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창훈 기자 jch@busan.com | 2025-03-30 17:22:34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이 결국 4월로 넘어가게 됐다. 지난달 24일 변론 종결 이후 지속되고 있는 역대 최장 평의 속에 쟁점에 대한 검토도 거의 끝난 것으로 알려졌지만 헌법재판소의 선고기일 지정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이 때문에 이미 정해진 ‘인용’ 혹은 ‘기각’ 결론을 인정할 수 없는 재판관들의 반발로 인해 헌재가 ‘교착’ 상태에 빠진 것이라는 의구심이 짙어지고 있다.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과 저지에 사활을 건 여야의 대립도 이런 관측을 더한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재판관들은 지난달 25일 변론 종결 이후 장기간 평의를 거쳐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쟁점들에 관한 검토를 상당수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탄핵 사건과의 선고 순서, 마 재판관 후보자 합류 여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항소심 선고 등 안팎의 다른 사정들도 더는 변수가 될 수 없는 상황이다. 재판관들이 인용과 기각, 각하 결론을 내놓는 평결을 돌입했을 시점이 이미 지났다는 것이다. 일부 재판관의 추가 검토 요구가 있을 가능성도 있지만, 이 역시 다수 재판관들이 비슷한 결론에 도달했다면 신속한 결정을 요구하는 시민 여론을 감안할 때 더 시간을 끌 사안은 아니라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이 때문에 재판관 의견이 인용 5인과 기각·각하 3인으로 팽팽히 엇갈려 어느 쪽도 선택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면서 평의가 이어지고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이런 분석은 지난 24일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 선고가 나온 뒤 더 굳어지는 분위기다. 당시 헌재 재판관 8인은 기각 5명, 인용 1명, 각하 2명으로 기각 결론을 내렸다. 세간에서 판단하는 재판관들의 이념 성향에 따라 찬반이 극명하게 갈린 셈이어서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도 이런 구도가 이어질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날 진보 성향인 마 재판관 후보자 임명 지연에 반발하며 내달 1일을 ‘데드라인’으로 제시한 것 또한 이런 헌재 기류를 파악했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인용 5대 기각 3’ 구도로 기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탄핵심판 인용을 위해 마 후보자의 헌재 합류가 인용·기각을 가를 관건이 됐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최근 보수 성향으로 알려진 정형식·김복형·정형식·조한창 재판관에게 “국민의 신임을 배신하지 말라”며 실명으로 압박하고 나섰다. 다만 이재명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헌법재판관들이 우주의 무게만큼 무거운 짐을 지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계실 것”이라며 “기다림에 지친 국민이 나서서 헌재를 압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헌법기관이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가 되어줄 것이라는 확고한 기대와 열망의 표현 아니겠느냐”고 언급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역시 기각 가능성을 높게 보면서 민주당에 대한 대응 수위를 맞추는 모습이다. 당 지도부 내에서도 “인용에 필요한 6명이 확보됐다면 헌재가 저렇게 시간을 오래 안 끌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일부 핵심 인사는 “4대 4까지도 갈 수 있다”는 말도 한다. 조기 대선 준비에 분주했던 여권 ‘잠룡’들의 움직임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반면 일각에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최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아 ‘조기 대선’ 출마 가능성이 커지자 일부 보수 성향 재판관들이 평결을 고의로 지연시키고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어떤 방향이든 재판관들이 결론이 팽팽하게 맞서는 상황이 사실이라면 선고가 상당히 늦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나라의 명운은 물론 재판관 개개인의 경력에 가장 큰 이정표가 될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자신의 판단에 부합하지 않는 결론을 내놓기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법조계에서는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 퇴임하는 내달 18일까지는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선고할 것으로 전망한다. 두 재판관이 퇴임하고 나면 현직 재판관이 6인에 불과해 사실상 기능 마비에 빠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야 모두 최근 후임 없이 퇴임하는 헌법재판관 직무 규정과 관련한 헌재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장기 교착 상황에 대비하는 모습도 감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