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 2025-03-30 18:12:03
올해 1월 부산 기술창업 컨트롤타워를 자임하며 출범한 부산기술창업투자원(이하 부산창투원)이 처음 진행한 지원 사업에 스타트업들이 대거 몰렸다. 특히 3년 미만의 초기 창업 지원 사업에 기업들이 대거 몰려 눈길을 끈다. 이번 지원 사업이 투자자들이 기업 선정부터 교육까지 담당하는 방식을 쓴 점에 스타트업들이 큰 호응을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부산창투원은 창업 단계별 맞춤 지원을 제공하는 ‘2025 부산창업패키지 지원사업’에 참여할 기업 모집을 완료했다고 30일 밝혔다. 예비, 초기, 도약 등 3단계로 진행되는 사업이다.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하는 이 사업은 120개 사가 지원 대상인데 785개 기업이 몰렸다. 특히, 3년 미만 초기 창업자를 지원하는 사업에는 50개 사 선정에 379개 사가 지원해 7.6 대 1 경쟁률을 기록했다. 최종 지원 대상은 다음 달 발표될 전망이다.
부산창투원은 투자자들이 이번 사업 전반에 관여하는 방식 덕분에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이전에는 창업가들이 공고를 보고 지원하는 방식이었지만 이번엔 부산창투원이 초기 액셀러레이터(AC) 협회와 벤처캐피털(VC), 한국엔젤투자협회 등을 통해 기업 추천을 받았다. 창업의 성공 여부는 최종적으로 투자를 받는 데 달려있는 만큼, 지원 대상 기업을 선정할 때부터 투자자를 개입시킬 필요가 있다는 게 부산 창투원의 판단이었다. 현재 부산창투원은 기업들을 심사하기 위해 투자자들로 구성된 심사위원을 꾸리는 중이다.
여기에 선발 이후 이뤄지게 될 보육과 컨설팅도 투자자가 중심이 돼 진행된다는 점도 주효했다. 2019년부터 시작된 패키지 지원사업은 지난해까지는 각 기관에서 흩어져 이뤄졌다. 지난해까지는 지원, 교육, 보육에 참여하는 투자자 비율이 절반 아래로 미미했다. 하지만 올해는 전적으로 투자자들이 모든 과정을 주도한다.
이번 사업을 이끌어 갈 투자자도 부산을 잘 아는 곳으로 선발할 예정이다. 부산창투원은 지원사업에 참여할 투자자로부터 ‘부산 기업 육성 계획’을 받아 선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우리 기업의 성장 단계에서는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를 투자자의 입장에서 판단해주면 성장하는 데 훨씬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특히 기술 창업의 경우 기술 개발부터 검증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예비, 초기 단계에서 적절한 지원을 받아야만 시간 낭비 없이 성장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지원사업이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부산창투원 혁신창업팀 관계자는 “투자사들마다 강점이 다 다르다. 투자사들이 본인들의 강점을 이용해 부산의 투자 생태계와 창업 지원을 어떻게 연결할 수 있는지 계획을 받아서 선정해 볼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지난 1월 출범한 부산창투원은 전국 최초로 설립된 지자체 산하 창업 전담 행정기구로, 부산을 글로벌 디지털 금융 도시이자 아시아 창업 중심 도시로 도약시키겠다는 민선 8기 박형준 부산시장의 핵심 공약이다.
부산의 또 다른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이번 부산창투원 사업은 기존의 관이 주도해 지원·육성했던 방식에서 벗어나 실질적으로 시장 진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투자자가 시의 자원으로 기업을 키우게 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