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 속 작은 희망을 춤으로 표현한 ‘체념증후군’

하야로비무용단 40주년 기념 공연
10일 금정문화회관 금빛누리홀
기후 위기, 몸으로 해석한 춤극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2025-09-08 09:00:00

하야로비무용단의 '객' 공연 장면. 하야로비무용단 제공 하야로비무용단의 '객' 공연 장면. 하야로비무용단 제공

부산의 춤 단체가 40년을 지속한다는 건 말처럼 쉽지 않다. 1985년 1월, 부산 최초의 동인 춤패로 창단한 현대무용 단체 하야로비무용단이 40주년을 맞는 해에 기념 춤판을 연다. 10일 오후 8시 금정문화회관 금빛누리홀에서 공연할 ‘체념증후군’이다. 체념증후군에 걸린 한 소녀를 모티브로, 기후 위기로 지구가 처한 상황을 재해석한 춤극 형식으로 풀어낸다.

체념증후군(Resignation Syndrome)은 극심한 정신적 트라우마를 겪은 난민 아동·청소년에게 나타나는 심인성 질환으로, 난민 신청이 거부된 아이들이 극도의 불안과 좌절로 인해 먹지도, 말하지도, 움직이지도 못한 채 장기간 잠에 빠지는 증상이다.

하야로비무용단은 이러한 체념증후군을 오늘날 기후 위기로 인한 인류와 자연의 위기와 연결해 무대화한다. 춤꾼들의 몸짓은 은유와 상징을 넘어, 절망 속에서 다시금 살아남고 공존을 모색하는 인류의 몸짓을 보여준다.

하야로비무용단 '체념증후군' 연습 모습. 하야로비무용단 제공 하야로비무용단 '체념증후군' 연습 모습. 하야로비무용단 제공

안무를 맡은 정기정은 “이번 작품은 단순한 무용 공연이 아니다. 이번 무대는 기후 위기로 인한 절망과 희망을 몸의 언어로 풀어낸 100% 창작 무대로, 하야로비무용단의 지난 40년 역사를 기념하며 동시에 오늘의 시대적 질문을 던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번 공연은 단순한 경각심을 넘어, 관객들이 우리가 꿈꾸는 희망의 내일을 함께 엿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했다”고 전했다.

정 안무가는 하야로비무용단 창단 40주년에 대한 소회도 밝혔다. “창단 이후 오랜 시간 동안 묵묵히 지역을 지켜온 것이 자랑스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역에서 무용단을 운영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시간이 쌓여 오늘의 하야로비가 되었고, 앞으로도 부산의 예술 생태계 안에서 의미 있는 무대를 이어가고 싶습니다.”

정 안무가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알 만한 사람들은 안다. 지역 예술 생태계는 점점 열악해지고, 단체의 존속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수많은 예술가가 활동 기반을 찾아 서울로 떠나는 현실에서 40년을 오롯이 부산을 지켜온 하야로비무용단이라는 존재는, 그만큼 소중하다. 그나마 하야로비무용단이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지역에서 창작과 교육, 공연을 동시에 지속하고 있어서다. 정기 공연뿐 아니라 △소극장 기획 공연 △어린이·장애인 대상 공연 △공단 지역 순회공연 △해외 공연 △거리 춤 등 다양한 무대를 통해 무용의 사회적 가치를 실천하고 있다. 또한 무용 전문인 양성과 지역 무용 교육에도 힘쓰고 있다.

춤꾼으로 이번 무대에 오르는 궁다빈은 “지구와 인류를 둘러싼 고민을 무대 위에서 함께 성찰할 수 있음이 무척 뜻깊다”며 “이 작품을 통해 희망의 내일을 엿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나원은 “체념증후군이라는 기묘한 현상을 통해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이경은 “마산과 부산을 오가며 준비한 4개월의 시간이 무대 위에서 눈부신 빛으로 피어나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안무 정기정, 연출 손재서, 출연 궁다빈 김현정 박소희 박은영 정나원 정승환 하이경 방영미. 전석 1만 원(자유석). 문의 010-7383-9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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