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2025] 거친 배역 뒤 감춘 소녀 감성…현봉식의 '반전 매력'

명품 조연 배우 조명 '아주담담 씬스틸러' 등장
부산서 태어나 스물아홉에 연기 위해 서울행
주·조연 가리지 않고 100편 넘는 작품에 출연
2016년 '아수라' 이후 출연 제의 끊긴 적 없어
"작품 선택 기준? 먼저 연락 온 작품부터 하죠"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 2025-09-23 14:04:23


2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시네마운틴에서 열린 '아주담담 씬스틸러:장면을 훔친 사람들'에 등장한 배우 현봉식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정성운 인턴기자 2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시네마운틴에서 열린 '아주담담 씬스틸러:장면을 훔친 사람들'에 등장한 배우 현봉식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정성운 인턴기자

반전의 연속이었다. 데뷔 때부터 15년 경력의 베테랑 외모를 지녔다는 배우는 의외로 수줍음 많은 소녀처럼 말을 아꼈다. 웬만한 대답은 단답형으로 끝났다. 22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시네마운틴에서 열린 ‘아주담담 씬스틸러: 장면을 훔친 사람들’의 현봉식 편. 단 한 장면만으로도 관객을 사로잡은 명품 조연 배우 6명의 진솔한 얘기를 듣기 위해 마련된 자리의 첫 주인공으로 현봉식이 등장했다.

30분간의 대담 사회를 맡은 김초희 감독은 중간중간 “질문을 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긴 대답을 들을 수 있을까’ 머릿속으로 계속 고민 중”이라는 고백을 되풀이했다.

2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시네마운틴에서 열린 '아주담담 씬스틸러:장면을 훔친 사람들' 현봉식 편. 단답형 대답이 계속되자 이어지자 사회를 맡은 김초희 감독이 긴 답변을 이끌 질문을 구상하느라 애를 먹었다. 정성운 인턴기자 2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시네마운틴에서 열린 '아주담담 씬스틸러:장면을 훔친 사람들' 현봉식 편. 단답형 대답이 계속되자 이어지자 사회를 맡은 김초희 감독이 긴 답변을 이끌 질문을 구상하느라 애를 먹었다. 정성운 인턴기자

배우 정우의 감독 연출작 ‘짱구’로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찾은 현봉식의 충무로 데뷔는 2014년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의 단역. 불과 11년 만에 그는 스크린과 TV 등 매체를 넘나들며 100편이 넘는 캐릭터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작품과 감독은 모두 기억할까? 그는 “3~4년 이후로는 기억하지 못한다”고 솔직히 고백했다. 술 때문이냐는 장난기 섞인 질문에 “술은 못 합니다”라는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조폭, 마약상, 군인, 형사 등 주로 험한 쪽 배역을 많이 소화한 그의 술을 못 마신다는 대답에 팬들도 모두 놀란 표정이었다.

반전은 계속됐다. 부산에서 태어나 살다 스물아홉에 연기를 위해 서울로 향했다는 그는 사투리 고치기가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에 “못 고쳤다”라고 대답해 웃음을 선사했다. 사실 억지라곤 1도 없는 그의 사투리는 ‘타고난 노안 외모’처럼 다른 배우들이 갖지 못한 그만의 ‘무기’이기도 하다.


2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시네마운틴에서 열린 '아주담담 씬스틸러:장면을 훔친 사람들' 주인공인 현봉식이 자신의 작품 선택 기준에 대해 밝히고 있다. 정성운 인턴기자 2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시네마운틴에서 열린 '아주담담 씬스틸러:장면을 훔친 사람들' 주인공인 현봉식이 자신의 작품 선택 기준에 대해 밝히고 있다. 정성운 인턴기자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에도 현봉식다운 대답이 돌아왔다. “주연이냐 조연이냐, 혹은 출연료 등은 따지지 않고 먼저 연락해 온 감독님과 같이 일을 하는 편입니다.” 한마디로 ‘선착순’이라는 말이다. 뒤늦게 연기에 뛰어든 만큼 웬만하면 조건을 달지 않고 매진하려는 것이다. 그렇다고 연기를 대충한다는 뜻은 아니라고 한다. 그는 “흔히 말하는 ‘메소드연기’가 뭔지는 잘 모르지만, 어떤 배역이든 폐가 되지 않으려 집중하고 있다”며 그만의 노하우 아닌 노하우를 밝히기도 했다.

이런 그였기에 연기 인생 초반의 오디션 탈락과 단기 알바 생활을 비교적 빨리 마무리할 수 있었다. 현봉식은 영화 데뷔 2년 만인 2016년 형사 역으로 출연한 ‘아수라’ 이후 출연 제의가 끊긴 적이 없다고 한다.

2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시네마운틴에서 열린 '아주담담 씬스틸러:장면을 훔친 사람들'에 등장한 현봉식은 의외의 소녀 감성으로 반전 매력을 드러냈다. 정성운 인턴기자 2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시네마운틴에서 열린 '아주담담 씬스틸러:장면을 훔친 사람들'에 등장한 현봉식은 의외의 소녀 감성으로 반전 매력을 드러냈다. 정성운 인턴기자

“어떤 역이든 불러주시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라고 자신을 낮춘 현봉식은 쉼 없이 달리다 덜컥 찾아온다는 번아웃도 연기를 하며 자연스럽게 극복했다고 한다. 너무 ‘모범생’ 같은 대답으로 일관하긴 했지만, 그 자체가 연기자 현봉식의 본모습이라는 생각에 그의 필모그래피는 앞으로 더욱 풍성해질 거라는 확신을 들게 한 30분이었다.

“관객들이 영화관을 많이 찾을 수 있도록 저부터 노력하겠습니다.” 꾸밈과 격식을 모르는 ‘찐 부산 배우’ 현봉식은 마무리 인사마저 모범생 그 자체였다.


지면보기링크

포토뉴스

가장 많이 본 뉴스

  • 사회
  • 스포츠
  • 연예
  • 정치
  • 경제
  • 문화·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