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한 기자 kdh@busan.com | 2025-10-17 08:00:00
웅장했던 조감도와 달리 초라하다 못해 도심 흉물로 전락해 버린 경남 창원시 ‘빅트리’가 감사를 받는다.
350억 원에 달하는 사업비가 적절했는지, 원래 계획된 설계안이 변경되는 과정에서 외압은 없었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볼 전망이다.
17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창원시 감사관실은 기이한 형태로 조성된 빅트리 사업과 관련해 자료를 확보한 뒤 이를 검토 중이다. 실제 감사를 착수하기 전 사전 조사를 벌이는 절차다. 아직 정확한 감사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감사관실은 사업비 자체가 과하게 측정된 것은 아닌지, 빅트리 외형의 핵심이던 20m짜리 메인 나무를 제외하는 의사 결정에 부적절한 개입은 없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 보겠다는 입장이다.
창원시는 자료 검토가 완료되면 해당 감사를 자체적으로 진행할지, 외부에 맡길지 결정할 참이다. 외부 감사를 선택할 경우 상급 기관인 경남도나 감사원 등이 고려 대상이다.
다만, 내년에 경남도에서 창원시를 포함한 4개 지자체에 대해 ‘건설 사업관리 특정 감사’가 예정되어 있어 그전까지 결론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다.
창원시 감사관실 관계자는 “아직 감사를 시작하진 하지 않았지만 기본적인 자료를 취합하고 검토하고 있다”며 “최대한 빨리 자료부터 확보해 창원시장 권한대행 등과 이번 사안을 논의해 감사 일정을 조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빅트리는 지난 2020년 시행된 ‘도시공원 일몰제(공원부지 해제)’에 따라 성산구 대상공원이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으로 지정되며 첫발을 뗐다.
야경이 화려하기로 유명한 싱가포르 ‘가든스 바이 더 베이’의 명물인 ‘슈퍼 트리’를 참고했다. 창원시는 빅트리를 지역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며 사업비 344억 원을 투입해 추진됐다.
원래대로 라면 빅트리는 공원 부지 한복판에 들어선 창원시의 랜드마크이자 전망대가 되어야 한다.
60m 높이로 설계된 빅트리는 돌연 건축물 상부 20억 원짜리 메인 나무가 사업 계획에서 빠지면서 스텝이 꼬였다. 이 때문에 외형이 기존 예상과는 판이하게 차이가 났고, ‘탈모 트리’ ‘망신 트리’ ‘흉물 트리’ 등으로 불리며 전국적인 비웃음을 샀다.
현재 창원시의 해명은 메인 나무의 이파리 낙하 등 ‘시민 안전을 고려한 조처’였다는 것이다. 변경 절차도 2019년 도시공원위원회, 도시계획위원회, 경관위원회 심의 등 적법한 수순을 거쳤다는 해명이다.
메인 나무가 빠지면서 남은 비용 20억 원 역시 경관조명 추가 등에 투입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설계가 변경된 절차의 적법성을 떠나 결과물에 대한 시민 평가는 냉랭하다.
지난 8월 창원 시민 186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빅트리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5%가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아예 전망대 공사 자체를 하지 말아야 했다’는 응답과 ‘나무 모형이 아닌 타워 형태로 기능적인 면을 집중했어야 했다’는 응답이 주를 이룬 것으로 알려진다.
창원시는 이달 시민과 전문가 10여 명을 모아 협의체를 구성한 상태다. 조만간 회의를 거쳐 빅트리 디자인 개선을 위한 전국 공모에 들어간다. 내년 2월 전후로 당선작을 선정해 일반에 공개한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민간사업 비용이 사실상 소진한 상황이어서 빅트리 개선 비용이 수십억 원에 달할 경우 혈세 투입이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