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 2025-10-16 17:01:50
7개월 여 앞으로 다가온 내년 지방선거의 최대 관심은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의 출마 여부다. 그는 부산시장 도전과 관련해 철저히 ‘NCND’(neither confirm nor deny·긍정도 부정도 아님)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여기에는 전 장관의 다양한 정치적 셈법이 깔려있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 장관은 전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해수부 국정감사에서 “부산시장 출마 계획이 있느냐”는 국민의힘 조승환(부산 중영도) 의원의 질문에 “위원님께서 당선시켜 주신다면…”이라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어 재차 조 의원이 “해수부 부산 이전 성과를 갖고, 기능 강화는 나 몰라라 하고 부산시장 출마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압박하자 “송구스럽지만, 손톱만큼도 그런 마음이 전혀 없다. 아무리 그래도 해수부 부산 이전을 통해 해수부 직원들 희생시키고 부산시장이 되겠다는 게 말이 되겠나”라고 말했다. 단순한 기관 이전 그치지 않고 다양한 역량과 기능을 강화해 성공적인 해수부 부산 시대를 여는 것까지가 자신의 역할이며 이는 부산시장 출마와 연관이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전 장관의 이같은 반응은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아직 4개월 차에 불과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권 초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상대로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지지율을 앞서고 있는 가운데, 이미 여권에선 여러 인사들이 지방선거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이는 자칫 정부여당 인사들이 자리 욕심을 부리는 것으로 비치며 정권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전 장관이 출마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출마 의지와는 별개로 그간 전 장관이 보여온 정치적 모호성이 남긴 실익은 상당하다. 먼저 내부적으로는 당내 경쟁자들의 보폭을 제한하는 데 주효한 역할을 하고 있다. 전 장관의 도전이 상수냐 변수냐를 두고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이들은 물밑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이미 일부 인사는 낙선으로 인한 정치적 타격을 우려, 지방선거 출마를 포기하고 다른 길을 선택한 상태다.
또한 대외적으로는 민주당 경선에 대한 시민 관심도를 고조시키고 있다. 나날이 양극화가 심화되며 정치에 대한 중도층과 일반 시민들의 피로감이 커지고 있는 까닭에 내년 부산시장 선거 당락을 가를 핵심 요인 중 하나로 경선 컨벤션 효과가 꼽힌다. 결국 전 장관의 이러한 불명확한 입장은 본인에게는 물론 당에도 나쁘지만은 않다는 말이다.
실제로 그의 전략이 의미가 있었던 것인지 전 장관은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유력 주자로 거론되는 박형준 부산시장을 상대로 선전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3~14일 부산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전 장관과 박 시장을 가상 양자 대결에 붙인 결과, 각각 40.1%와 39.4%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격차는 0.7%포인트(P)에 불과했다. 전 장관은 30대(47.5%), 40대(52.8%), 50대(47.7%)에서 박 시장보다 앞선 지지율을 나타냈다. 박 시장은 60대(47.1%), 70세 이상(59.2%)에서 우위를 보였다. 20대(전 장관 30.8%, 박 시장 30.0%)에선 두 사람의 지지세가 팽팽했다.
한편 조사는 무선 ARS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은 6.0%다. 자세한 내용은 여론조사심의위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