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 2025-10-15 17:38:12
“한국 문화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한국어 가사를 꼭 넣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의 OST ‘골든’(Golden)을 작곡하고 직접 부른 한국계 미국인 가수 겸 작곡가 이재가 15일 서울 용산구 CGV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요즘 인기가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일정이 너무 바빠서 다 소화하지 못할 정도이지만, 감사한 마음뿐”이라고 웃었다.
이재가 ‘케데헌’에 참여한 이유는 분명했다. 이재는 “한국 문화를 보여주고 싶었다”며 “미국에는 중국과 일본을 다룬 애니메이션은 많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았다. 그런 현실이 화가 나서 한국어를 더 열심히 연습했다”고 말했다.
이재가 작사·작곡한 ‘골든’은 미국 빌보드 ‘핫 100’과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에서 각각 8주 연속 1위를 기록하며 K팝 OST로는 이례적인 성과를 거뒀다. 그는 “‘K’의 모든 것이 지금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럽다”며 “어디 사람이냐고 물으면 ‘한국인’이라고 하면 다들 ‘K팝을 좋아한다’고 말한다”고 했다. 이어 “‘골든’을 일부러 팝스럽게 만들었다. 헌트릭스가 현실 세계에서 데뷔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골든’은 그래미 어워즈 ‘올해의 레코드’와 ‘올해의 노래’ 부문에 출품됐다. 이재는 “(상을) 너무 받고 싶다”며 “OST 부문뿐 아니라 다른 부문에서도 욕심이 난다”고 말했다. 아카데미상 수상 시 소감을 묻자 “오 마이 갓, 너무 감사하다. 엄마 아빠, 드디어 해냈어요. 한국 여러분 사랑합니다”라며 미소를 보였다.
이재는 곡의 탄생에 개인적인 경험과 감정이 녹아 있다고 했다. 이재는 “치과 가는 길에 트랙을 받았는데 듣자마자 멜로디가 떠올랐다. 당시 힘든 시기를 겪고 있었기에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고 싶었다”며 “‘골든’이라는 단어는 반드시 들어가야 했다. 또 한국어를 넣고 싶어 ‘영원히 깨질 수 없는’이라는 구절을 썼다”고 설명했다. 극 중 루미의 서사는 그의 과거와 닮았단다. SM엔터테인먼트 연습생 시절 “허스키한 목소리 때문에 여성스럽지 않다는 말을 들었다”는 이재는 “그땐 깨끗한 목소리가 좋은 줄 알았지만, 지금은 제 목소리가 저를 만든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성장하려면 상처도 필요하다. 거절은 나쁜 게 아니라 방향을 새로 잡으라는 신호라고 생각한다”며 “작곡가로 전환한 것도 그 덕분이었다. 음악이 저를 살렸다”고 말했다.
이재는 원로 배우 신영균의 외손녀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할아버지는 ‘노래도 연기다. 가사에 몰입해야 한다’고 늘 말씀하셨다”면서 “‘골든’이 흥행한 뒤에도 ‘잘했어. 열심히 해’라고 격려해주셨다”고 전했다.
오는 24일에는 솔로 데뷔 싱글 ‘인 어나더 월드(In Another World)’를 발매한다. 이재는 “작곡은 제게 치료다. 이번 곡은 제가 직접 부르는 게 맞다고 느꼈다”며 “앞으로도 K팝과 팝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하며, 작곡가이자 아티스트로 계속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