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성 기자 paperk@busan.com , 박수빈 기자 bysue@busan.com | 2025-10-26 16:04:53
부산 가을 하늘 아래 광안대교와 해운대 일대가 1만 명 러너들로 가득 찼다. 26일 열린 ‘성우하이텍 2025 부산바다마라톤대회’에는 가족 단위 참가자부터 외국인, 반려견과 함께 나온 이들까지 다양한 시민이 모여 가을 축제를 즐겼다. 광안대교와 가을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진 다채로운 풍경은 또 한 번 시민들의 가을 일상을 특별하게 물들였다.
부산일보 주최 ‘2025 부산바다마라톤’이 26일 오전 부산 벡스코 야외광장과 광안대교, 광안리해수욕장 일대에서 열렸다. 10km 로드레이스와 5km 건강달리기 2개 종목으로 열린 이날 행사의 참가자들이 광안대교 위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수술 후에도 참가 포기 못해
26일 부산바다마라톤이 열린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광장은 출발 1시간 전인 오전 7시부터 북새통을 이뤘다. 참가자들은 무대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맞춰 스트레칭을 하거나 춤을 추며 몸을 풀었다. 벡스코 주변을 가볍게 달리며 준비 운동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 포토존도 사진을 찍으려는 참가자들로 북적였다.
출발 준비를 마친 참가자들은 안전을 고려하며 질서정연하게 출발지점인 광안대교 상판으로 이동했다. 다리 위로 올라서자 드넓게 펼쳐진 바다 전경에 곳곳에서는 “와”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참가자들은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거나, 양팔을 벌리고 전력질주하며 저마다의 방식으로 마라톤을 즐겼다. 하나같이 신나고 들뜬 표정들이었다.
부산바다마라톤에 12년째 꾸준히 참가한 김인환(62) 씨는 뇌혈관 수술을 받은 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지만 올해에도 어김없이 마라톤에 동참했다. 김 씨는 “아직 온전히 회복하지는 못했지만 광안대교 위를 두 발로 걷는 특별한 기회를 놓칠 수가 없었다”며 “의사 당부로 뛰지는 못해도 천천히 걸으며 바다 경치를 즐기고 있다. 부산바다마라톤에 중독된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일보 주최 ‘2025 부산바다마라톤’이 26일 오전 부산 벡스코 야외광장과 광안대교, 광안리해수욕장 일대에서 열렸다. 10km 로드레이스와 5km 건강달리기 2개 종목으로 열린 이날 행사의 참가자들이 광안대교 위를 달리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유모차에 외국인까지 다양한 러너들
이번 마라톤에는 유모차를 끌며 온 가족 단위 러너들이 많았다. 미국인 호프 이(29) 씨는 배우자, 17개월 딸과 함께 마라톤에 참가해 열심히 유모차를 밀었다. 이 씨는 “평소 혼자서는 하프마라톤을 즐기는데, 어린 딸과 함께 마라톤에 참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딸에게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바다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부산바다마라톤에 참가했는데 정말 좋은 결정이었다”며 미소를 지었다.
일본 아이치현에서 온 아오야마 히데타카(48) 씨는 “다른 마라톤 대회를 다녀봐도 부산바다마라톤과 같이 상쾌하고 기분이 좋은 곳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함께 대회에 참가한 도쿠나가 아키오미(42) 씨는 “일본에서 열리는 대회는 차분한 분위기에서 시작하는데, 부산바다마라톤 대회는 시작하기 전에 흥겨운 음악에 맞춰 몸을 푸는 등 즐거운 축제 같은 분위기다”고 평가했다. 한국에서 근무하는 마키노 히로야(64) 씨는 “해마다 부산바다마라톤에 참가해 왔는데 정년 퇴임으로 일본으로 돌아가야 해 아쉽다”고 말했다.
부산일보 주최 ‘2025 부산바다마라톤’이 26일 오전 부산 벡스코 야외광장과 광안대교, 광안리해수욕장 일대에서 열렸다. 10km 로드레이스와 5km 건강달리기 2개 종목으로 열린 이날 행사의 참가자들이 광안대교 위를 달리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세대·장애·반려동물, 경계 넘어 하나 된 마라톤 축제
이날 대회에서는 참가자들 사이 샛노란 풍선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주)어울림특수체육(이하 특수체육) 소속 자원봉사자 15명은 노란 풍선을 어깨에 고정한 발달장애인과 한 명씩 짝을 이뤄 다리 위를 뛰었다. 특수체육 김창현(29) 교육팀장은 “노란색은 눈에 잘 띄기 때문에 혹시 모를 사고가 났을 때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도와줄 뿐 아니라 밝음·희망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며 “마라톤은 ‘함께’ 뛴다는 상징성이 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서 하나가 될 수 있는 소중한 순간”이라고 밝혔다.
양손으로 본인이 탄 휠체어 바퀴를 직접 밀며 질주하는 참가자도 있었다. 가족들과 함께 10km 코스에 참가한 김지현(31) 씨는 “퇴근하고 귀가하면 집에서는 활동할 일이 거의 없다”며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어 난생 처음 마라톤에 참가했다. 꼭 완주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웬만한 성인 참가자들을 속속 추월하는 어린 참가자도 눈길을 끌었다. 유지혁(10) 군은 “지난해에는 부모님과 부산바다마라톤 5km 코스에 도전해 완주에 성공했다”며 “이번 10km 코스도 열심히 뛰어서 완주할 거다. 내년에도 참가해 올해보다 더 좋은 기록을 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가는 곳마다 주변 이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귀여운 강아지 마라토너도 있었다. 한 살 반려견 ‘꼬무’와 함께 5km 코스에 도전한 김민수(29) 씨는 “반려견과 다양한 경험을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에 이번 마라톤에 반려견을 데려왔다”며 “평소에도 뛰는 것을 좋아하는 친구인데 오늘은 유난히 더 신이 난 것 같아 뿌듯하다”며 웃었다.
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벡스코 광장으로 돌아와 이야기꽃을 피웠다. “고생 많았다, 잘 뛰었다”며 서로를 격려하고, 다함께 땀으로 젖은 모습을 사진으로 찍으며 추억을 남기기도 했다. 이들은 완주 인증 메달을 목에 걸어주며 축하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