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향에 버금가는 연주 횟수…지역 사회 공헌도 관심 [부산의 민간 오케스트라]

<3> KNN방송교향악단

지역 방송 최초의 오케스트라
서희태 지휘자·강동완 이사장
단원 외 행정 직원 갖춘 ‘강점’

“부산 킬러콘텐츠 개발하도록
공연장 대관 시스템 개선해야”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2025-03-06 18:27:27

지난 2023년 12월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열린 KNN방송교향악단 제6회 정기 연주회를 앞두고 단원들이 단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KNN방송교향악단 제공 지난 2023년 12월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열린 KNN방송교향악단 제6회 정기 연주회를 앞두고 단원들이 단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KNN방송교향악단 제공

내년이면 창단 10주년을 맞는 (사)KNN방송교향악단은 2016년 4월 지역 방송 최초로 만든 오케스트라이다. 방송국 이름을 악단명으로 쓰지만, 방송국 소속 단체는 아니다. ‘K프렌즈’라는 부산 CEO 모임이 KNN방송국 주관으로 만들어졌고, K프렌즈의 부산 문화 후원 첫 번째 사회공헌 활동으로 만들어진 것이 KNN방송교향악단이다 보니 연결고리는 있다. 또한 악단이 사용하는 사무실과 연습실을 KNN방송국에서 지원한다. 정기 연주회 외에도 국내외 정상급 유명 아티스트 초청 공연, 해설 있는 음악회, 오페라, 발레, 영화음악,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 기획으로 KNN 방송교향악단의 음악적 전통을 만들어 가는 중이다.

KNN방송교향악단 서희태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 KNN방송교향악단 제공 KNN방송교향악단 서희태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 KNN방송교향악단 제공
KNN방송교향악단 제5대 이사장을 맡고 있는 강동완 웰니스병원 대표원장. KNN방송교향악단 제공 KNN방송교향악단 제5대 이사장을 맡고 있는 강동완 웰니스병원 대표원장. KNN방송교향악단 제공

‘무직페라인’ 후원 단체가 큰 역할

KNN방송교향악단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서희태(60) 상임지휘자를 만나 악단 전반의 운영에 대해서 들었다. 서 음악감독은 KNN방송교향악단 초대 예술감독을 역임한 오충근에 이은 2대 지휘자이다. 이제 4년 차에 접어든다.

“제가 2022년 1월 25일 자로 부임한 이후 그해 4월 K프렌즈와 별개로 ‘무직페라인’이라는 후원 단체를 새롭게 만들었습니다. 우리 교향악단만 후원하는 실질적인 단체입니다. (주)NC부산 강경진 회장을 비롯해, 은성의료재단 구자성 이사장, (주)대성문 채창호 대표 등 30~50대의 젊은 CEO 40여 명으로 구성됐는데 연간 2억 원 정도를 후원합니다.”

그 사이 이사장도 몇 명인가 바뀌었고, 현재는 웰니스병원 강동완 대표원장이 5대 이사장을 맡고 있다. 7명의 이사진 구성도 K프렌즈 2명, 무직페라인 2명, KNN방송국 2명, 그리고 이사장으로 돼 있다.

“후원이, 돈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체적으로 음악을 즐기는 회원이 늘어나야 하기에 회원사 임직원이 최소 1년 1회 이상 관람하는 게 목표입니다. 이들 후원 단체는 후원금을 내면서도 티켓을 구입합니다. 교향악단이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큰 역할을 한 셈이죠.”

KNN방송교향악단도 다른 민간 교향악단과 마찬가지로 재정 문제가 언제나 고민이다. 그나마 무직페라인이나 K프렌즈, 그리고 BNK부산은행이나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 등에서 브랜드 콘서트를 특별 후원하고 있어서 유지해 왔다.

“여러 후원자가 바탕이 되어서 티켓값을 현격히 줄였습니다. 거의 부산시향 수준입니다. 비싸야 3만 원 정도니까요. 제가 와서 3년 동안 만든 것입니다. 부산 시민 누구나 어렵지 않게, 좋은 프로그램을 비싸지 않은 가격에, 편하게 볼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우리 오케스트라만의 차별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2023년 12월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열린 KNN방송교향악단 제6회 정기 연주회를 앞두고 단원들이 단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KNN방송교향악단 제공 지난 2023년 12월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열린 KNN방송교향악단 제6회 정기 연주회를 앞두고 단원들이 단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KNN방송교향악단 제공

크고 작은 연주회 연간 40회

교향악단 월급제는 요원하다. 부산시향을 제외한 대부분의 민간 교향악단처럼 KNN방송교향악단도 연주 수당을 지급한다. 현재 오케스트라는 수석 4명, 부수석 11명, 단원 54명, 지휘자, 부지휘자(박진) 해서 70명으로 구성된다. 명예 악장 신상준(대구가톨릭대 교수)·김동욱(부산대 교수), 객원 악장 김혜정·조혜운을 두고 있다. 현악 분야와 달리 목·금관 파트 연주자 부족은 KNN방송교향악단도 마찬가지란다.

“제가 온 뒤로는 단원 평정만 실시했는데 올해 중으로 전체 오디션을 치를까 싶습니다. 그래야 악단 실력이 올라갈 수 있습니다. 제가 맡고 난 뒤 가장 큰 변화라면 연주 횟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입니다. 부임 직전 코로나 때 연간 5~6회, 그전엔 연간 10회 정도였다면, 지금은 크고 작은 연주회를 합해 연간 40회 정도 개최하고 있습니다.”

다른 민간 오케스트라에 비해 연주 횟수는 확실히 많다. 최근 3년간 공연 횟수를 보더라도 2022년 24회, 2023년 38회, 2024년 39회로 부산시향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정기 연주회는 연 1회지만, 나머지는 특별 연주회이다.

“민간 오케스트라이지만 행정 직원이 3명(공연팀장, 티켓홍보, 마케팅) 있습니다. 처음 부임해서 오케스트라 단원 외에 행정 직원이 있어야 한다고 했을 때 이사회 반대가 컸지만(매달 고정 월급이 나가야 하니까) 이것이 곧 우리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해 밀어붙였습니다. 일정하게 출근하고, 매일 업무를 해야만 마흔 번의 공연을 치러낼 수 있습니다. 민간에서 이런 시스템을 갖췄다는 게 저희에겐 가장 큰 강점입니다.”

특히 지난해 새롭게 시작한 ‘무지카 부산’(Musica Busan) 프로젝트의 경우, 젊은 연주자들의 실질적인 등용문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갈 생각이다. 스타 피아니스트 임윤찬이나 조성진만 하더라도 국제 콩쿠르 참가 전부터 오케스트라 협연 기회가 있었지만, 일반적으로는 오케스트라 전 악장 협연 기회는 좀처럼 얻기 어렵다. 내년부터는 국제 콩쿠르 본선 진출이 확정된 경우라면 부산 연주자가 아니더라도 협연 기회를 주고 싶다고 전했다.

KNN방송교향악단 서희태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 KNN방송교향악단 제공 KNN방송교향악단 서희태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 KNN방송교향악단 제공

신인 음악인·지역 대학 연계 노력

아직은 부족한 게 많지만, 사회적 역할도 계속 고민 중이다. “우리 교향악단이 민간이긴 이지만 공적으로 사회 공헌하는 오케스트라로 키우고 싶습니다. 부산의 음악 인구가 줄면서 인제대까지 쳐도 5개밖에 없는 음악대학에 관현악단도 제대로 구성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대학마다 우리 단원을 파견해서라도 학교 오케스트라가 1년에 1번은 제대로 된 정기 연주회를 치를 수 있도록 도와주려고 협의 중입니다.”

이제 6월이면 클래식 음악 전용홀인 부산콘서트홀도 개관한다. 민간 오케스트라도 거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기존 대관 시스템을 고수하는 데는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부산의 대관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클래식 애호가에겐 이제 전국이 일일생활권입니다. 클래식 마니아들은 전국 공연장을 찾아다니잖아요. 실질적으로 부산이 살아남는 방법은 킬러콘텐츠입니다. 킬러콘텐츠가 뒷받침되려면 공연장은 필수고요. 그런데 매년 2차례로 나눠서 상·하반기 대관을 진행하는데, 최소 2~3년 전에 일정을 잡아야 하는 외국의 슈퍼스타들은 부산에선 섭외도 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언제까지 대형 기획사에만 의존하고, 그들에만 알음알음 기회를 주는 걸까요? 민간 오케스트라들도 사전 협의가 가능한 시스템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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