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 2025-03-10 18:23:26
추가경정예산(추경)과 연금개혁 등 민생 경제 논의를 위한 ‘여야 국정협의회’가 또다시 파행으로 돌아갔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첨예한 여야 신경전이 이어지면서 민생 정책도 덩달아 표류하는 모양새다.
우원식 국회의장과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10일 오후 국회의장 집무실에서 3차 국정협의회를 열었다. 우 의장은 협의회 시작에 앞서 “국정이 여러 상황으로 어렵지만 국민들의 민생을 챙기려고 하는 노력은 중단되지 않는다”며 “어려움 속에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의 대화는 30분을 넘기지 못했다. 연금개혁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민주당은 이날 ‘국민연금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3%’안에 대한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연금개혁에 대해 앞서 여야는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에 한정해 모수 개혁을 논의한 후 국회 연금특별위원회에서 구조 개혁과 함께 자동조정장치를 논의하기로 협의한 바 있다. 모수 개혁은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올리는 데 여야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소득대체율의 경우 국민의힘은 43%, 민주당은 44%를 주장해 왔다. 민주당은 지난 회의에서 이같은 여당안에 대한 당내 의견을 모아보겠다고 밝히면서 극적 합의 가능성도 전망됐지만, 이날 반대의 뜻을 굳힌 것이다.
국민의힘 박형수 원내수석부대표는 협의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연금개혁 문제에 대해서 지난번 민주당이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3%’안을 받는 걸로 전제해 당내 의견을 모아보겠다고 했는데 오늘 (민주당이) ‘소득대체율 43%’를 당내에서 도저히 받을 수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원내수석은 “(민주당이) 연금개혁 문제를 완전히 원점으로 되돌렸기 때문에 더 이상 논의할 수 없어 일단 오늘 회담은 파행됐다”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권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장을 나오면서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회담결렬”이라는 짧은 말만 남기고 자리를 떴다.
다만 이날 협의회에서 추경에 대해서는 논의가 일부 진전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이에 대해 “추경은 정부 측도 작업에 착수하는 걸로 하고, 4월 초에 예산안을 제출하는 것으로 (일정을) 잡아서 작업을 해나가면 되지 않겠냐고 논의했다”고 말했다.
양당은 이날 협상 재개 시점도 정하지 못했다. 회의가 30여 분 만에 종료된 데다 회의 직전까지 여야 신경전이 이어지면서 여야 소통 창구가 한층 좁아진 모양새다.
지난 8일 윤 대통령 석방에 따른 여야 대치 국면이 심화하면서 이날 민주당이 국정협의회 불참할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민주당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전날 비상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정협의회 개최 전망에 대해 “확인이 필요하지만, 어렵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이날 “윤 대통령에 대한 사법부의 석방 결정 등이 시급한 국정 현안을 논의하는 국정협의회의 참석 여부와 연계되는 ‘협량의 정치’가 있어선 안 된다”고 참석을 촉구했다. 우여곡절 끝에 우 의장과 양당 원내대표가 모였지만 결국 ‘빈손 회동’으로 돌아간 것이다.
연금개혁에 대한 극적 합의 기대가 이날 수포로 돌아가면서 당분간 여야 협의가 필요한 민생 정책이 표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장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여야 모두 ‘비상 행동’에 돌입하면서 논의 테이블도 열리지 않을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오는 11일 의원총회를 열고 릴레이 철야 농성 등 윤 대통령 석방 이후 정국 대응책을 논의한다. 민주당은 당장 이날 저녁부터 광화문에서 ‘야5당 공동 비상시국 대응을 위한 범국민대회’를 열고 집단 행동을 시작한다. 정치권 관계자는 “9부 능선까지 넘었다가 원점으로 돌아간 연금개혁 논의처럼 탄핵 정국 속에서 여야가 핵심 현안에 대한 접점 찾을 가능성은 희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