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우리] 한국예술종합학교 합격 부산예고 무용과 5명

춤 네가있어 꿈을 꾼다. 난 프리마돈나

1999-09-18 00:00:00

연습을 하다가 잠시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최영아, 추연주, 하미희, 윤나영, 이은원양.

한국 무용계를 짊어지고 나갈 춤꾼 최영아(21) 이은원(19) 추연주(19) 하미희(19) 윤나영양(18).

이들은 부산예술고등학교 무용과 동문으로 이달초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에 5명이 나란히 합격했다.97년 2월 졸업한 최영아를 제외하면 나머지 4명은 고3생.

예술종합학교(예종)는 음악 연극 영상 무용 미술 국악을 실기 위주로 전공하려는 "끼"많은 예술학도들이 선망하는 예술사 배출 4년제대학 학력인증학교.

내년 3월이면 최영아와 윤나영은 예종 무용원 이론과,추연주와 하미희는 실기과,이은원은 창작과 학생이 되어 "푸른 꿈"을 안고 서울 예술의전당 내 예종으로 들어간다.

"중1 때부터 무용을 시작했는데 그냥 좋아요."

중학교 무용부에 들어가 춤을 추기 시작한 추연주는 몸을 움직이는 게 적성에 맞고 좋다.

부모님의 권유로 초등학교 5년때부터 무용을 시작한 윤나영도 발레복을 입고 플로어에 있으면 마냥 좋고 자유롭고 "내가 있다"는 존재의 의미를 느낀다.

피아니스트가 꿈이었던 하미희는 가만히 앉아 있는 게 적성에 맞지 않아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춤을 시작했다.매사에 적극적이고 활동적인 미희는 "연습한 만큼 결과를 가져다주는 것 같아 몸이 피곤하지만 춤이 좋다"고 말한다.

이은원은 초등학교 1년때 언니를 따라 호기심으로 무용을 시작했지만 이제는 춤을 추고 있지 않으면 불안할 정도로 춤과 하나가 됐다.

1주일에 3일은 정규수업후 학교에서 방과 후 레슨을 받는다.학교를 나서면 무용학원으로,또는 체력관리를 위해 헬스장으로 직행한다. 최영아는 신라대 무용과를 1년 다니다 98년 미국으로 건너가 보스턴과 케임브리지를 오가며 자유로운 예술혼과 젊음의 열기를 호흡했다.

뉴욕의 브로드웨이를 오가며 예술적 분위기가 충만한 그곳의 자유로움에 젖어들었고,우리 사회의 낙후된 예술현실에 대해 많이 생각하는 계기를 가졌다.

그녀는 "어떤 한계를 두고 공부를 하지는 않겠지만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예술축제와 마케팅에 관심이 많다"고 확실한 포부를 밝힌다.

하미희는 예종에 가면 무용 잘 하는 학생이 많아 경쟁심으로 스트레스도 많이 받겠지만 그 스트레스를 즐길 생각이라고 야무지게 말한다.미희는 세계적인 발레리나가 꿈이다.

발레를 해 온 윤나영은 무용이론을 전공한 뒤 최종적으로는 예술감독이 되는 것이 꿈이다.

실기과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하게 될 추연주의 꿈은 당연히 춤 잘 추는 무용가이다.

창작과에 진학하는 이은원은 현대무용을 깊게 연구,자신의 작품을 안무할 생각에 피로에 지친 몸을 곧추세운다.멀게는 자신의 이름이 붙은 무용단을 만들고 싶어한다.

이들은 부산에서 열리는 무용공연은 가능하면 빼놓지 않고 관람하러 간다.그러나 무대를 찾을 때마다 가슴 한켠이 허전해 오는 것을 어쩔 수가 없다.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 중에는 무용 관계자와 가족,무용을 배우는 학생들을 빼놓고는 일반 관람객을 거의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친구들보다 먼저 합격해 기쁘기는 하지만 졸업후 활동할 수 있는 공연장이 부족하고 우리의 작품을 봐 줄 관객도 많이 없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답답합니다."

이미 한국 예술계의 장애요소들을 정확하게 짚고 있는 미래의 춤꾼들은 그러나 마음 한편에서 이같은 현실의 장벽들을 자신들의 손으로 하나씩 허물어 가겠다는 옹골찬 자신감과 목표를 키워가고 있다.

"연주랑 미희는 최고의 현대춤꾼과 발레리나가 돼 무대에 서고 은원이는 안무를 맡으면 되겠고,내가 예술감독이 되는 거야.그래서 영아 언니가 기획한 예술축제에 참가하면 얼마나 좋을까."

나영이의 소박한 꿈은 나래를 편다.

무용을 잘 모르는 일반인들도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예술성이 높으면서도 대중적인 작품을 만들어 공연하고 싶은 것이 나영이의 꿈이다.

살기 힘들어 예술에 관심을 두지 않았고,춤추는 사람을 광대로 천시해왔던 전통적 가치관 때문에 아직까지도 일반인의 무용에 대한 인식도가 높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현재의 정보화사회 다음에는 예술이 주도하는 "꿈의 사회"가 올 것이라는 것을,그리고 무용이 그 꿈의 사회를 만들어가는 중요한 하나의 발판이 되리라는 것을 이들은 굳게 믿고 있다.

즐거운 마음으로 하는 연습이지만 연일 계속되는 연습으로 온 몸이 지쳐 파김치가 될 때는 며칠 푹 쉬고 싶은 생각도 든다.

"나태한 마음이 들 때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우리는 행복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하며 스스로를 위로받아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춤에 매달리는 이 꿈많은 소녀들에게는 소박한 바람 하나가 있다.친구들처럼 피자나 라면 같은 군것질 거리를 한 번 마음껏 먹어보는 것이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좀 많이 먹으면 춤을 추기 위해 움직일 때마다 온몸에 군더더기가 붙은 것이 확연히 느껴진다."무용을 위해서"를 외치며 솟아나는 식욕을 참을 도리밖에 없다.

"10대들은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갖고 싶은 것도 많아요.놀러도 가고 싶고, 그런데 어른들이 무조건 막기만 하면 애들이 비뚤게 나갈 수도 있지 않겠어요?"

"우리에게는 놀 장소가 필요합니다.연극이나 무용공연 등을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는 무대가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어요."

미래의 춤꾼들은 청소년들이 여가를 건전하게 선용할 수 있는 "예술판"이 많이 생겨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또 "무용은 물론 미래의 예술은 음악 미술 연극 뮤지컬 영상 등 각 장르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종합예술로 발전해나가야 한다고 본다"며 나름의 예술관을 피력한다.

"다시 태어나도 무용을 하겠다"고 주저없이 말하는 이들의 무용에 대한 애정은 나이답지 않게 깊기만 하다.

오늘도 무용연습실 마루바닥에 흘리는 땀방울 만큼 이들의 꿈은 하루 하루 알알이 영글어 가고 있다.

백태현기자 hyun@p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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