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 2024-10-06 10:55:12
광안리 백사장에 하얗고 긴 형체들이 나타났다.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 천천히, 조용히 관객들에게 다가오고 멀어졌다. 말라깽이 같던 몸은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4m 남짓의 거대한 캐릭터로 변한 물체는 마치 다른 행성에서 온 것 같다. 마침내 그들은 야외 계단 객석에 앉아 있던 관객을 백사장으로 불러 모아 자신들을 둥글게 에워싸게 했다. 낯선 음악에 맞춰, 달처럼 생긴 별을 하늘로 띄우는 마법의 의식이 시작됐다. 어스름이 내리기 시작한 해변에 환상의 시간이 펼쳐졌다.
5일 오후 6시 부산 광안리 해변에서 열린 2024 부산거리예술축제(BUSSA) 개막 공연 ‘허버트의 꿈’ 풍경이다. 1994년 설립된 프랑스 극단 ‘라 콤파니 데 퀴담’의 이 작품은 거대한 오브제와 우주를 연상케 하는 음악 등으로 우리 일상에 낯섦과 시적인 요소를 더하고,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우리가 있는 공공장소를 새롭게 변화시키는 색다른 느낌을 선사했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광안리 해변 4곳에선 BUSSA 1일 차 공연이 성대하게 펼쳐졌다. 나들이 겸 바닷가를 찾은 시민들은 바닷가로 내려서는 계단에 옹기종기 앉아서 야외 특설무대에서 펼쳐지는 거리예술공연을 관람했다.
올해 부산거리예술축제는 공식 초청작 7편(해외 5편, 국내 2편)과 공모작 13편 등 총 20편의 작품이 거리예술로 시민 관객을 맞고 있다. 5일 첫날엔 총 12팀이 공연했다. 2일 차이자 마지막 날인 6일에도 오전 11시부터 공연된다.
첫날 공연에서 인기를 얻은 스페인 ‘올웨이즈 드링킹 마칭 밴드’의 ‘거리는 우리의 것’(오전 11시 30분, SPOT C), 독일 서커스 ‘리브 앤 토비’의 ‘고소공포증’(오후 6시 30분, SPOT B)은 다시 만날 수 있다.
2일 차 공연으로는 △한국 음악극 ‘음악당 달다’의 ‘랄랄라패밀리쇼’(오전 11시, SPOT D) △한국 서커스 ‘공간서커스 살롱’의 ‘합!?’(오후 1시, SPOT C) △한국 서커스 ‘포스’의 ‘수직’(오후 1시 30분, SPOT’ D) △일본 마임 공연인 이케다 요스케의 ‘리듬’(오후 2시, SPOT A) △한국 코미디 김영희의 ‘거리상담소 with 말자할매’(오후 2시 30분, SPOT C) △한국 서커스 ‘휠러스’의 ‘우주 비행사가 되기 대작전’(오후 3시, SPOT A) △리히텐슈타인의 서커스 마임극 ‘홉빠!’(오후 4시, SPOT C) △한국 스트리트 댄스 ‘갬블러크루’의 ‘해설이 있는 스트리트댄스’(오후 4시 30분, SPOT A) △한국 스트리트댄스 ‘멜랑콜리댄스컴퍼니’의 0g(제로그램, 오후 5시, SPOT C) △한국 서커스 ‘코드세시’의 ‘돌아버리겠네’(오후 6시, SPOT C)가 준비된다.
한편 6일 낮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로 인해 일부 공연은 지연되거나 중지되기도 했다. 오후 4시 현재 ‘홉빠!’는 취소하고, ‘휠러스’는 지연되고 있으며 날씨 상황을 보고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