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 2024-12-29 18:32:05
181명을 태운 제주항공 소속 여객기가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동체착륙을 시도하다 활주로 외벽에 충돌, 꼬리 부분만 남기고 불타버렸다. 탑승자 181명 중 단 2명만 구조됐고 대부분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참사는 2002년 129명이 숨진 경남 김해 돗대산 여객기 추락 사고를 뛰어넘어 국내에서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여객기 사고로 기록될 전망이다.
사고 항공기인 제주항공 7C2216 편은 29일 오전 9시 3분 동체착륙 방식으로 전남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 내렸으나 속도가 줄지 않으면서 활주로 외벽에 그대로 부딪혔다. 충돌 직후 항공기는 폭발했고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였다. 사고 항공기는 꼬리날개 부분만 남기고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불타버렸다.
사고 항공기는 사고 직전 무안공항 1번 활주로로 착륙을 시도했지만, 정상 착륙이 불가능해지자 고도를 높여 다시 착륙을 시도했다. 2차 착륙을 시도한 항공기는 랜딩 기어를 내리지 못한 상태로 활주로에 동체착륙 했고, 활주로 끝부분을 통과해 외벽과 충돌했다. 7C2216 편은 29일 오전 1시 30분(한국 시간) 방콕 수완나품 국제공항을 출발해 오전 8시 30분 무안국제공항에 착륙할 예정이었다. 항공기에는 태국인 2명을 포함한 승객 175명과 승무원 6명 등 총 181명이 타고 있었다.
사고 항공기는 미국 보잉사가 제작한 737-8AS 기종으로, 2009년 8월부터 15년째 운항 중이다. 제주항공은 2017년 2월 해당 항공기를 도입했다.
이날 오후 5시 기준 탑승자 174명 사망이 확인됐다. 구조된 사람은 2명으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전남소방본부는 “충돌 이후 동체 밖으로 승객들이 쏟아졌고, 생존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사망자 신원 확인도 어려운 상태”라고 설명했다.
사고 원인 역시 현재로선 추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사고 항공기의 랜딩 기어(착륙 시 사용하는 바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참사가 발생했고, 랜딩 기어 미작동 원인으로는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을 지목했다. 하지만 조류 충돌로 항공기 엔진 2개와 유압 장치가 모두 작동하지 않은 것은 의문으로 남아 있다.
신라대 김광일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조류 충돌은 엔진뿐만 아니라 유압 장치에도 영향을 미치며, 랜딩 기어가 수동으로 내려가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조종이 가능한 상황이었더라도 속도를 제어하지 못해 큰 사고가 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번 참사는 국내에서 발생한 민항기 사고 중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사고로 기록될 전망이다. 2002년 4월 15일에는 중국국제항공 소속 B-2552 항공기가 김해국제공항 인근 돗대산에 추락해 탑승자 166명 중 129명이 숨졌다.
비보를 접한 유족들은 사고 현장을 찾아와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유족들은 사고 관련 브리핑이 늦어지자 “사고가 발생한 지 몇 시간째인데 사고에 대한 설명도 하지 않는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정부는 사고 직후 중앙사고수습본부를 가동하고,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 조사관 7명과 항공기술과장, 감독관을 무안국제공항에 급파했다. 현장에는 소방·경찰·해경 등 1500여 명이 투입됐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긴급하게 사고 현장을 찾은 후 무안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전남 무안=김현우·변은샘·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