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산하 공공기관 감사 자리에 정치인 출신 줄줄이 ‘낙하산’

교통·도시공사에 김척수·이수원
벡스코는 시장 캠프 출신 홍성률
전문성 없는 보은인사 비판 자초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2024-10-15 17:58:43

부산시 산하 양대 공공기관인 부산교통공사와 부산도시공사 상임감사에 정치권 인사가 나란히 임명됐다. 민선 8기 들어 박형준 시장 선거캠프 출신 인사들이 시 주요 산하기관 요직에 중용되는 등 ‘보은 인사’ ‘코드 인사’기류가 짙어지면서 시의 공공기관 혁신 드라이브에도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는 15일 자로 부산교통공사 신임 상임감사에 김척수 전 부산시의원을 임명했다. 6대 부산시의회 의원을 지낸 김 신임 감사는 2016년과 2020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후보로 부산 사하갑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지난 4월 22대 총선에서는 이성권 의원이 단수공천을 받아 출마를 접었다. 김 감사는 당시 박 시장의 핵심 측근으로 시 경제부시장을 지낸 이 의원의 당선에 힘을 보탰는데, 이번 감사 임명이 그에 따른 ‘보은 인사’가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시는 이날 부산도시공사 상임감사에 이수원 전 국회의장 비서실장도 임명했다. 정의화 전 의원 보좌관으로 정치계에 입문한 이 신임 감사는 정 전 의원이 국회의장 시절 비서실장을 지냈고, 2021년 부산시장 보궐선거 때는 ‘정의화 사단’을 대표해 박 시장 캠프에서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았다. 이들 감사 임명 과정에서는 공모 단계에서부터 시 안팎으로 사전 내정설이 돌기도 했다.

박 시장은 2021년 보궐선거 당선 후 첫 산하기관장 인사에서 캠프 출신을 배제한 전문성 위주 인사를 원칙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민선 8기 들어 이 같은 인사 원칙이 퇴색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3월 벡스코 상임감사에도 역시 정치권 출신인 홍성률 전 시의회 부의장이 임명되면서 전문성 논란이 일었다. 공공기관 내부 경영진을 견제하고 조직의 청렴성을 높여야 할 감사직이 논공행상 자리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부산시설공단 이사장에 임명된 이성림 전 KNN 부회장은 박 시장 재선 당시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지난해 12월 시의회와의 갈등 등으로 중도 사임한 황기식 전 부산글로벌도시재단 대표 역시 박 시장 캠프에서 활동했다.

시 산하기관 요직에 박 시장 캠프 출신과 정치권 인사들이 줄줄이 낙점되면서 시의 산하기관 쇄신 의지가 꺾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박 시장 주변의 빈약한 인력풀을 이유로 꼽기도 한다. 해당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적임자를 찾기 어렵다 보니 당장에 손쉬운 ‘코드 인사’로 기울게 된다는 것이다. 박 시장의 3선 도전을 위한 포석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시 관계자는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이나 디자인진흥원처럼 전문 영역이 명확한 자리에는 해당 분야 전문가를, 종합적인 관리·경영 능력과 정무적 판단이 필요한 자리에는 그에 맞는 인사를 선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면보기링크

포토뉴스

가장 많이 본 뉴스

  • 사회
  • 스포츠
  • 연예
  • 정치
  • 경제
  • 문화·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