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전면에 등장한 ‘퀴어’… 동성애 코드 영화 잇단 개봉

‘대도시…’ 이어 ‘우천사’ ‘폭설’
일부 작품, ‘퀴어’ 전면 홍보 눈길
관객 사이에선 호·불호 엇갈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2024-10-16 13:41:23

영화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 스틸컷. 에스더블유콘텐츠 제공 영화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 스틸컷. 에스더블유콘텐츠 제공

동성애 코드를 담은 영화가 스크린에서 잇달아 개봉해 콘텐츠 업계와 관객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1일 개봉한 ‘대도시의 사랑법’에 이어 이달 중순 두 편의 퀴어 영화가 일주일 간격으로 관객을 만난다. 관객 사이에선 ‘이야기 다양성’에 도움이 된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불편한 서사’라는 곱지 않은 시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16일 개봉한 영화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이하 우천사)와 오는 23일 극장 개봉하는 ‘폭설’은 모두 동성애 코드를 담고 있다. 이들 작품은 모두 두 소녀의 사랑을 담는다. ‘우천사’는 배우 이유미, 박수연이 나섰고, ‘폭설’에선 한소희와 한해인이 연인 호흡을 맞춘다.

두 작품은 영화 홍보에서 동성애 코드를 전면에 내세워 작품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다. 앞서 개봉한 ‘대도시의 사랑법’이 포스터나 줄거리 설명에서 동성애 코드를 감춘 것과는 다르다. ‘우천사’는 작품 줄거리를 ‘주영과 예지의 로맨스’를, ‘폭설’은 ‘설이와 수안의 사랑 이야기’로 소개하고 있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동성애 코드를 담은 콘텐츠는 수요층이 확실한 편이라 소위 ‘장사 되는 콘텐츠’로 여겨진다”며 “굳이 내용을 감출 필요가 없어 홍보에도 활용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영화 ‘폭설’ 스틸컷. 판씨네마 제공 영화 ‘폭설’ 스틸컷. 판씨네마 제공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계에서는 이런 흐름을 주시하고 있다. 그간 퀴어 콘텐츠는 주로 웹드라마에서 소년들의 사랑을 그린 ‘BL물’ 중심으로 인기를 끌거나, 독립영화에서 다뤄지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어서다. 이제는 인기 배우가 작품의 주연으로 나선 데다 주류 상업 영화로 확대한 모습이라 흥행 여부에도 관심이 높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웬만한 상업 영화도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힘든 시기인데 이 작품들이 팬덤 수요를 힘입어 흥행한다면 이런 콘텐츠 제작에 대한 논의가 더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다만 관객 사이에선 이 같은 변화를 두고 ‘작품의 다양성 확대’라며 환영하는 쪽과 ‘일부 관객만을 위한 불편한 서사’라는 평가가 여전히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정민아 영화평론가는 “주류 상업 영화에서 금기시되어 있던 퀴어물이 이렇게 나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변화”라며 “새로운 문화를 주도하는 Z세대가 퀴어나 젠더에 대해 자유분방한 편이고,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통해 퀴어물이 확산하면서 반감이나 선입견이 없어졌다”고 봤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퀴어 코드가 웹소설에서 시작해 유료 웹툰, 웹드라마를 거쳐 영화까지 온 셈”이라며 “극장가 결과가 괜찮으면 지상파 드라마 제작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김 평론가는 이어 “요즘엔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취향의 공동체가 형성되고, 이 같은 코드가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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