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 2024-12-30 18:10:03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가 복합적 원인으로 일어난 참사란 의견이 나오는 상황에서 의문도 쏟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사고 원인은 ‘조사가 필요하다’면서 공항 안전시설 등에는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해명에만 급급하고 있다.
3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9일 사고가 난 제주항공 7C2216편 비행기는 오전 8시 57분 관제탑에서 ‘조류 주의’ 조언을 받았고, 8시 59분 기장이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을 언급하며 ‘메이데이(비상 선언)’를 3번 반복했다. 복행까지 통보한 비행기는 이날 9시 2분에 2800m 길이 활주로 중 약 1200m 지점에 착지해 동체착륙을 시도했고, 9시 3분에 활주로 밖 콘크리트 둔덕(로컬라이저)과 시멘트 외벽에 부딪혔다.
유족들은 급박한 동체착륙 시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참사로 일가족을 잃은 50대 남성은 “조류 경보가 나온 뒤 1분(실제 2분) 만에 비행기가 ‘메이데이’를 하고, 조류를 미리 관찰하지 못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조류대응팀이 철저히 관리했는지, 사고 원인 등 진실이 뭔지 정확히 파헤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항공 전문가들은 기내 상황이 안정적이지 않았을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장영근 전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공학부 교수는 “동체착륙 전 선회 비행이 매우 짧았고, 수동으로 ‘랜딩 기어’를 내린 상태도 아니었다”며 “빨리 착륙을 해야 하는 다른 이유가 있었을 수 있단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그는 “보잉 737은 시속 220~270km로 착륙해야 하는데 활주로 끝으로 진입하지도 못했고 속도가 높았다”며 “내부에 연기나 화염이 생겼을 가능성 등을 배제할 순 없다”고 말했다.
동체 내부 이상 상황 가능성을 제기하는 전문가도 있다. 김영인 신라대 항공정비학과 교수는 “(동체 내부로) 연기가 들어오거나 폭발 가능성이 있었던 건 아닌지, 새 떼가 한쪽뿐 아니라 엔진 2개를 다 먹통으로 만들었는지 등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당시 엔진이 둘 다 멈췄다면 바퀴가 달린 ‘랜딩 기어’뿐 아니라 날개에 양력을 만드는 ‘플랩’ 등이 작동하지 않아 속도가 줄어들지 않았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국토교통부는 명확한 조사를 해봐야 원인을 설명할 수 있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국토부는 비행자료기록장치(FDR)와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 등 블랙박스 2종을 확보해 분석에 나섰는데, 손상이 심할 경우 6개월 이상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부는 비행기가 부딪친 활주로 밖 콘크리트 둔덕 등 공항시설엔 사실상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국토부 측은 30일 브리핑에서 “사고와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조사 과정에서 면밀히 파악을 해볼 계획”이라면서도 “여수공항, 포항공항, 청주공항도 돌출된 형태로 설치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또 사고가 난 보잉 ‘737-800’ 기종에 대한 전수 특별 점검을 30일 결정했지만, 시민들은 사고 원인을 알지 못해 불안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최세종 한서대 항공정비학과 교수는 “동체착륙 당시 역추진 장치는 작동된 것으로 보인다”며 “일부에선 항공기가 급박한 상황이었다 얘기하는데 엔진이 꺼진 게 아닐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여러 추정이 계속되는데 정확한 상황을 아는 데 도움이 될 음성기록장치 중 사고 당시 부분은 상대적으로 쉽게 들을 수 있을 것”이라며 “관제탑과 오간 이야기에서도 당시 상황을 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