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난 분담금·공사비·공사기간… 삼익비치 조합원 마음 바꿨다

삼익비치 99층 설계안 부결 배경

84㎡ 기준 조합원 분담금 9억
기존안 대비 1억 늘어나 ‘부담’
공사기간 20개월가량 더 걸려
부산시 제안 용적률 완화 수치
조합 희망 수준과 간극도 한몫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2025-04-06 20:31:00

부산의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인 수영구 남천동 삼익비치타운이 최고 99층짜리 특별건축구역 개발안을 포기하고 기존 60층 규모 아파트 건립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종회 기자 jjh@ 부산의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인 수영구 남천동 삼익비치타운이 최고 99층짜리 특별건축구역 개발안을 포기하고 기존 60층 규모 아파트 건립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종회 기자 jjh@

부산 최대 재건축 단지인 수영구 남천동 삼익비치타운(남천2구역)이 최고 99층짜리 초고층 아파트 건립을 포기했다. 84㎡ 기준 9억 원에 달하는 분담금과 늘어지는 공사 기간 등을 이유로 조합원들이 특별건축구역 대신 기존 개발안을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

6일 남천2구역 재건축 조합에 따르면 조합은 지난 5일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정기총회를 열었다. 이날 상정된 안건 중 핵심은 ‘특별건축구역 진행의 건’이었는데 조합원 과반의 찬성을 받지 못해 부결됐다. 조합 측은 안건별로 표를 집계해 조만간 공지하겠다고 설명했다.

삼익비치는 지난해 10월 특별건축구역에 선정되며 전국적으로 큰 관심을 모았다. 세계적인 건축가인 도미니크 페로가 재건축 설계를 맡았고, 특히 랜드마크 타워동은 최고 99층의 초고층으로 예정되며 지역 정비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1979년 지어진 삼익비치타운(33개 동, 3060세대)은 당초 지하 3층~최고 60층, 12개 동 아파트로 재건축될 수순이었다. 그러다 지난해 부산시가 시행한 특별건축구역 활성화 시범 사업에 뛰어들었고, 층수와 용적률 완화 혜택을 등에 업어 초고층 아파트를 추진했다.

기존 에이앤유디자인그룹건축사사무소(ANU)의 설계안에 따르면 삼익비치는 일반 분양이 거의 없는 1 대 1 수준의 재건축을 계획했다. 하지만 특별건축구역 혜택을 통해 600여 세대의 일반 분양을 추가할 수 있게 됐다. 일반 분양이 늘면 기존 조합원 분담금 수준이 낮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99층 규모의 특별건축구역 설계안(위)과 기존 개발안(아래). 부산일보DB 99층 규모의 특별건축구역 설계안(위)과 기존 개발안(아래). 부산일보DB

하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특별건축구역 안의 추정 분담금(전용 84㎡ 기준)은 9억 900여만 원 수준으로 추산됐다. 기존 안(전용 84㎡) 분담금인 7억 9500여만 원보다 1억 원 넘게 뛴 것이다.

지역 랜드마크 수준의 건축물을 짓게 될 경우 공사비가 크게 늘어나 일반 분양 증가분으로도 이를 상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조합원은 “기존 안의 경우 평당 공사비가 900만 원인데 특별건축안은 1200만 원 수준이고, 공사 기간도 20개월가량 늘어난다”며 “추후 상황이 나빠지면 분담금이나 공기가 더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가 제안한 용적률 완화 수치와 조합 측이 원했던 수준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았던 것도 특별건축구역 무산에 한몫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삼익비치는 자연스럽게 기존 60층짜리 재건축안으로 선회하게 됐다.

남천2구역 김인환 조합장은 “기존 안으로 조만간 사업시행계획 변경 신청을 한 이후 후속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방향 결정이 난만큼 사업을 빠르게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부산의 은마아파트’라 불릴 정도로 사업성이 좋다고 평가 받는 삼익비치 조합의 이번 결정은 부산 다른 정비사업장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마침 부산시는 지난 4일부터 ‘2025년도 부산시 특별건축구역 활성화 사업’을 공모했다. 동래구 동래럭키아파트(온천3구역) 등 다른 재건축 대어들도 층수·용적률 완화 혜택 탓에 이 사업에 관심을 보인다.

부산의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부산시가 원하는 독창적인 건축물 디자인을 충족하면서 조합원들의 이익을 최대화하는 일이 결코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공사비가 해마다 급등하는 상황에서 층수나 용적률 완화만 보고 섣불리 뛰어들었다가는 삼익비치의 전례를 답습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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