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헤어지며 삶이 이어진다

■반달 씨의 첫 손님/안승하
세 친구가 전하는 우정의 언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

■열아홉 살 마리/이현정
반려견 만남부터 임종 후 이야기
펫로스 치유를 위한 솔직한 감정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2025-08-17 09:09:00

<반달 씨의 첫 손님> 속 삽화. 창비 제공 <반달 씨의 첫 손님> 속 삽화. 창비 제공

인생은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이다. 사람과 반려동물 등 생물뿐만 아니라 인형, 집, 차, 장소 같은 무생물조차 정을 주면 헤어지는 것이 쉽지 않다. 만남과 헤어짐을 수없이 겪으며 성장하지만 언제나 처음인 것처럼 힘들어한다. 만남과 헤어짐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담은 그림책 2권이 있다. 그림책이지만 어린이책으로 한정할 수 없는 깊이가 있다. 오히려 청소년 이상 어른이 보면 여운이 더 클 것 같다.




<반달 씨의 첫 손님> 속 삽화. 창비 제공 <반달 씨의 첫 손님> 속 삽화. 창비 제공

<반달 씨의 첫 손님>은 도시공원을 찾은 반달곰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실 반달곰을 도시에서 만난다는 건 거의 일어날 수 없는 사건이다. 그런데 작가의 아름다운 그림과 섬세한 이야기의 짜임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 일상에서 함께 사는 반달 씨가 너무도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라일락 향기 가득한 밤, 앞치마를 맨 반달가슴곰 반달 씨가 도시공원을 찾는 장면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도시공원에 자리 잡은 길고양이와 반달 씨는 금세 친해진다.

반달 씨는 가족들에게 갖다줄 꿀을 모으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손수 깎아 만든 나무 인형을 꿀과 교환하겠다며 자판을 열었다. 반달 씨는 혹시라도 자신을 무서워하는 인간이 있을까 봐 늘 장갑을 착용해 긴 손톱을 감추고 이빨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하품조차 자제한다. 예전에 정체를 들켜 인간을 위협하는 존재라며 쫓겨난 기억이 있어 이번에는 더 행동이 조심스럽다.

빈손인 날들이 계속되던 중 한 아이가 환하게 웃으며 인형을 고른 후 꿀과 교환한다. 이후 아이는 매일 반달 씨를 찾아온다. 음식을 같이 먹자고 들고 오지만, 긴 손톱을 감추기 위해 반달 씨는 아이가 준 음식도 아무도 없는 밤이 되어야 먹는다. 너무 더운 여름날, 아이가 가져온 시원한 수박을 참을 수 없었고 반달 씨는 몰래 장갑을 벗고 수박을 잡다가 아이에게 그 모습을 들키고 만다. 아이는 놀라서 도망치고 반달 씨는 다시는 아이를 보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고 울적해진다.

그러나 다음 날 아이는 반달 씨와 고양이, 자신을 그린 스케치북을 들고 우리는 친구라고 말한다. 장갑을 끼고 온 아이가 장갑을 빼니 손가락 끝에 꼬깔모자 과자를 끼우고 있다. 반달 씨의 날카로운 손톱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는 표현이다. 어느덧 반달 씨가 꿀을 들고 가족으로 가야 할 때가 왔다. 아이와 반달 씨는 서로 꼭 안아 주며 다음 만남을 약속한다.

책은 이방인인 반달 씨와 친구가 되는 아이의 모습을 통해 그 어떤 다름도 친구가 되는 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다. 친구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는 걸 말한다. 안승하 글·그림/창비/52쪽/1만 5800원.



<열아홉 살 마리> 속 삽화. 마리유니버스 제공 <열아홉 살 마리> 속 삽화. 마리유니버스 제공

<열아홉 살 마리> 속 삽화. 마리유니버스 제공 <열아홉 살 마리> 속 삽화. 마리유니버스 제공

<열아홉 살 마리> 속 삽화. 마리유니버스 제공 <열아홉 살 마리> 속 삽화. 마리유니버스 제공

<열아홉 살 마리>는 작가가 19년간 함께 한 반려견을 떠나보낸 후 깊은 슬픔과 상실감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 그림을 그렸고 그것들이 책으로 엮어졌다. 저자는 19년간의 시간들을 한 장 한 장 되돌려 보았고, 어린 강아지 마리에게로 향했던 여정의 끝에 작가는 누르고 있던 마음을 대면한다. 처음 만났던 순간으로 다시 돌아간다면 예정된 이별을 알면서도 마리와 함께 하는 선택을 하게 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책에 나오지 않지만, 책을 읽으면 누구라도 명확하게 답을 알게 된다.

아기 강아지와의 만남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깨발랄하고’ 호기심 많은 마리의 사랑스러운 일상들이 등장한다. 종종 사고 치는 마리의 행동은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는 모험으로 여겼고, 마리는 주인공의 ‘껌딱지’가 되었다.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세월의 흐름 속에 마리도 어느새 노견이 되었다. 공원 한 바퀴를 도는 것도 힘들고, 눈도 제대로 보이지 않아 벽에 부딪히는 일도 잦다. 배변 실수가 계속되자 주인공은 기저귀 커버를 손수 만들고 일회용 기저귀도 마리의 몸에 맞게 조정한다. 마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밖으로 나가는 것조차 불안했다. 며칠째 식사를 넘기지 못하던 마리가 헐떡거리기 시작했고, 준비하라는 의사 선생님의 이야기에 심장이 무너지는 아픔을 느낀다. 영원한 이별 앞에 준비라는 게 가능할까. 마리는 결국 무지개다리를 건너간다.

‘펫로스증후군’이라는 병명이 있을 정도로, 반려견과의 이별은 엄청난 슬픔과 상실감을 느낀다. 저자는 입양하는 순간부터 마음의 준비가 시작되어야 할 것 같다고 말한다. 반려견과 함께한 시간은 고스란히 남아 있고, 그 선물 같은 날들 덕분에 마음의 치유는 가능하다. 이현정 글·그림/마리유니버스/64쪽/1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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