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 김재량 기자 ryang@busan.com | 2025-08-17 18:18:07
부산 강서구청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건축물에 부과한 이행강제금 공문서에 개발제한구역을 ‘GB’라는 약어로 표기해 행정 소송에 휘말렸다.
17일 부산지법에 따르면 오는 21일 부산 강서구 개발제한구역 이행강제금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 대한 첫 심리가 열린다. 원고는 김영주 서부산시민협의회 회장인데, 지난해 12월 강서구청으로부터 대저2동 건축물이 개발제한구역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이행강제금 2670만 원 부과 처분을 받았다. 김 회장은 2000년대 초 태풍으로 해당 용지 창고와 축사가 붕괴되자 2017년 개축 공사를 거쳐 창고와 사무실로 사용해 왔다.
서부산시민협의회는 구청이 발부한 이행강제금 서류에 개발제한구역을 ‘GB’라는 줄임말로 표기한 점을 문제 삼았다.
협의회는 법률에 존재하지 않는 ‘GB’라는 용어를 기재한 것이 처분 효력을 무효로 만들 사유가 된다고 주장한다. 주민 재산권을 제한하는 공문서에 사회 통념에 기댄 약칭을 써 행정절차법 제21조 제1항 ‘처분은 당사자에게 이유를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는 내용을 어겼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그간 강서구청은 계속해서 개발제한구역을 GB라고 사용해 왔다”며 “이행강제금 부과와는 별개로 용어를 임의로 줄여 사용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생각에 소송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강서구청 측은 ‘GB’ 표기만으로는 처분을 무력화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GB’도 처분 서류 내용과 관계 법령을 통해 그린벨트(Green Belt)의 약칭임을 부과 대상자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서구청 기획실 관계자는 “고지서에는 ‘개발제한구역’이라는 정식 명칭만 명시돼 있어 ‘GB’ 표기는 이행강제금 부과의 본질과는 무관하다”며 “처분을 취소할 만큼의 사안은 아니다”고 말했다.
소송으로 이행강제금이 무효로 인정될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개발제한구역을 관할하는 부산 타 지자체들이 이행강제금 처분 서류에 ‘GB’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소송이 유효할 수도 있다. 반면 행정절차법과 행정기본법에 축약어 사용을 금지하는 규정이 없어 위법성을 논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부산 한 법무법인 대표 변호사는 “축약어 사용을 두고 법적 분쟁이 일어나는 사례는 줄임말 사용이 잦은 최근에도 드문 경우”라며 “다만 GB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보도 자료에도 쓰일 정도로 흔하게 쓰는 용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