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딸린 한옥 개조 갤러리에서 만나는 ‘시선과 향’

누군가는 향으로, 색으로, 온기로…기억
정안용·이성하·이록 작가와 조향사 협업
‘사람을 기억하는 네 가지 방식’ 전시
8월 25일까지 재송동 ‘스페이스 하이’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2025-08-17 15:04:42

이록, 여백의 쉼표, 2025. 스페이스 하이 제공 이록, 여백의 쉼표, 2025. 스페이스 하이 제공
이록 룸 스프레이. 스페이스 하이 제공 이록 룸 스프레이. 스페이스 하이 제공

누군가는 향으로, 누군가는 색으로, 또 다른 누군가는 온기로 떠올리는 ‘기억 속의 사람’을 네 가지 방식으로 표현하는 전시가 마련된다.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 주택가에 자리 잡은 스페이스 하이(재반로 27번길 36-13)가 지난 2일부터 열고 있는 ‘시선과 향: 사람을 기억하는 네 가지 방식’이다. 부산의 정안용 작가, 부산 출신으로 서울에서 활동하는 이록 작가, 서울 출신의 이성하 작가, 조향사 니콜(보니카 공방 대표)까지 네 명이 함께하는 이번 전시는 후각과 시각뿐 아니라, 청각과 미각까지 감각의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정안용, 너, 2023. 스페이스 하이 제공 정안용, 너, 2023. 스페이스 하이 제공
정안용 디퓨저. 스페이스 하이 제공 정안용 디퓨저. 스페이스 하이 제공

공통된 주제는 사람이다. 새로 작업한 것도 있고, 이전에 했던 것을 다시 불러내기도 한다. 사라지는 감각을 예술로 기록한 정안용 시각예술가는 2014년 연기 작업 2점과 2023년 손을 주제로 했던 작품 7점을 선보였다. 작가는 “저에게 사람이란 시간에 따라 산화되어 가는 인간 외형의 모습, 또는 기억이 유영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특히 연기라는 비물질적 매체를 통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신체, 파편화된 감각의 흔적이 작품에 표현된다.

감정에 대해 작업하는 이록 회화 작가는 자화상을 주로 선보였다. 그는 “전시 주제인 시선과 향은 제가 기억을 더듬는 가장 강력한 감각적 통로”라면서도 “평면 위에 유화의 물성을 빌려 감정의 파장을 새겨 넣는 저의 작업은 누군가를 묘사하는 것이 아닌 감각 속에 잠긴 저 자신을 응시하는 자화상”이라는 것이다. 지난해와 올해 완성한 6점을 가져왔다. 색과 선, 물감의 물성 위에 감정의 언어를 쌓아 올린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성하, This View, 2024. 스페이스 하이 제공 이성하, This View, 2024. 스페이스 하이 제공
이성하 캔들. 스페이스 하이 제공 이성하 캔들. 스페이스 하이 제공

순간을 큐레이션 하는 이성하 작가는 35mm 필름 카메라로 도시의 감각과 사람을 기록해 온 경우이다. “우리 모두가 지닌 고유한 온기와 잔향, 그들만의 분위기가 피어나는 찰나의 순간들, 그 순간을 있는 그대로 붙잡고 싶었습니다.” 예를 들면 인천 송도의 한 공원에서 까치발을 하고 난간을 잡은 채 놀고 있는 동생을 물끄러미 지켜보는 꼬마 친구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작가의 어린 시절도 떠올랐고, 누군가 머물다 간 자리에 남겨진 온기처럼, 그것이 작가가 사람을 기억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지난해와 올해 작업한 사진 10점을 내걸었다.

조향사 니콜은 “세 작가의 작품 속에 숨어 있는 말 없는 감정을 향으로 옮기고 싶었다”며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남는 향처럼 그렇게 사람을 기억한다”고 전했다. 그가 선택한 퍼퓸&룸스프레이, 캔들, 디퓨저 3종이 방과 방으로 분리된 전시 공간에 각각 시선과 향이 교차하는 경험을 더한다.

한편 50년 넘은 한옥을 개조한 이 갤러리는 윤재심·이상비 공동 대표가 지난해 6월부터 스페이스 하이라는 이름의 문화예술 복합공간으로 운영 중이며, 계절별 꽃이 가득한 200여 평의 정원을 가졌다. 최근 오픈한 커피숍(브랜드하이 카페)에서도 작가별로 작품 1점씩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는 8월 25일까지 열린다. 운영 시간 오전 11시~오후 6시(일요일 휴무). 문의 051-783-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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