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패전추도사서 13년 만 "반성"…공물 봉납엔 비판

이시바 일본 총리 패전추도사서 "반성" 언급
"전쟁의 반성과 교훈 가슴 깊이 새겨야"
일본 총리 반성 언급은 13년 만
대통령실도 총리 반성 언급에 주목
다만 공물 대금 봉납 두고는 정부도 비판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2025-08-17 16:34:38

일본의 패전일인 15일 도쿄 일본무도관에서 열린 '전국 전몰자 추도식'에 참석한 나루히토 일왕 부부와 이시바 시게루 총리. 이시바 총리는 식사에서 일본의 패전일인 15일 도쿄 일본무도관에서 열린 '전국 전몰자 추도식'에 참석한 나루히토 일왕 부부와 이시바 시게루 총리. 이시바 총리는 식사에서 "전쟁의 참화를 결단코 되풀이하지 않겠다"며 "그 전쟁의 반성과 교훈을 이제 다시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일본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패전일 전몰자 추도사에서 13년 만에 ‘반성’을 언급했다. 하지만 식민 지배를 당한 이웃 나라를 반성 대상으로 직접 언급한 게 아닌 데다 이시바 총리가 도쿄 야스쿠니신사에 공물 대금을 봉납하면서, 이번 발언이 진정한 반성의 의미로는 평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시바 총리는 패전 80년을 맞아 지난 15일 도쿄 일본 무도관에서 열린 ‘전국 전몰자 추도식’에서 “전쟁의 참화를 결단코 되풀이하지 않겠다”며 “그 전쟁의 반성과 교훈을 이제 다시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총리가 패전일 전몰자 추도사에서 ‘반성’이라는 단어를 언급한 것은 13년 만이다.

다만 일본이 일으킨 침략 전쟁으로 식민 지배를 당한 이웃 나라를 반성 대상으로 직접 언급한 것은 아니다. 더욱이 ‘침략’이나 ‘가해’라는 표현도 빠져 식민지로 지배한 이웃 나라에 대한 반성의 의미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일본 총리들은 패전일에 이웃 나라가 겪은 피해를 언급하고 반성의 뜻을 표명했으나 2012년 12월 아베 신조 총리 재집권 이후 이런 관행이 끊겼다.

대통령실은 우선 이시바 총리의 과거사 관련 ‘반성’ 언급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우선 지난 13년 간의 관행을 깨고 반성을 언급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자들이 과거 아픈 역사를 직시하면서 국가 간 신뢰가 서로 훼손되지 않도록 노력해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더 나은 미래와 공동의 이익에 부합하는 일이라고 본다”며 “(이시바 총리가) 반성을 언급한 점에 있어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시바 총리가 지난 15일 제2차 세계대전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에 자민당 총재 명의로 공물 대금을 봉납하면서 이시바 총리의 ‘반성’ 언급이 무의미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교도통신과 NHK 등에 따르면, 일본 패전일인 지난 15일 현직 각료인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과 가토 가쓰노부 재무상이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 이시바 총리는 야스쿠니신사를 직접 참배하는 대신 자민당 총재 명의로 공물 대금을 봉납했다. 유력한 총리 후보로 거론돼 온 고이즈미 농림상은 지난해 패전일에도 각료 신분이 아닌 상황에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으며 환경상을 맡고 있던 2020년과 2021년에도 참배한 적이 있다. 지난해 10월 이시바 내각 출범 이후 현직 각료의 야스쿠니신사 참배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정부는 물론 더불어민주당도 유감을 표했다. 외교부는 논평을 내고 “정부는 일본의 과거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전쟁범죄자를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에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급 인사들이 또다시 공물을 봉납하거나 참배를 되풀이한 데 대해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자들이 역사를 직시하고 과거사에 대한 겸허한 성찰과 진정한 반성을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며 “이는 양국간 신뢰에 기반한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구축해 나가기 위한 중요한 토대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비판 수위를 더욱 높였다. 민주당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침략전쟁 사과 없이 전쟁 범죄자를 참배한 일본을 강력 규탄한다”며 “형식적인 반성이 아니라 진정한 반성과 참회, 명확한 사과 없이 미래 지향적인 관계는 존재하기 어려움을 알아야 한다.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은 광복 80주년을 맞아 한일관계를 바로잡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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