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 2025-09-02 18:17:57
지난 6월 부산소방재난본부 상반기 인사에서 특정 직원 인사를 청탁한 인사 담당 부서 직원 2명의 징계 절차가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본부 전입을 청탁한 직원들은 실제 전입했고 이 과정에서 소방본부장의 결재가 있었지만 이에 대한 사실관계 조사는 이뤄지지 않아 ‘꼬리자르기’식 징계 아니냐는 비판이 조직 안팎에서 제기된다.
2일 부산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본부는 지난달 14일 ‘감찰처분심의위원회’(이하 위원회)를 열고 인사 담당 부서 계장인 A 소방령에 대해 중징계, 주임인 B 소방위에 대한 경징계 의견을 냈다. 위원회는 내부 감찰 결과에 따라 징계 수위를 본부장에게 권고하는 기구다. 권고에 따라 최종 징계 의결은 본부장의 징계 요구 절차를 거쳐 징계위원회를 통해 확정된다.
소방본부는 지난 6월 18~19일 실시된 상반기 본부 전입 인사에 대한 감찰을 지난 7월 11일부터 진행했다. 지난 6월 본부 전입 인사에서 소방경 이하 22명이 본부로 전입했다. 감찰 결과 이 과정에서 A 소방령과 B 소방위가 심사위원들에게 특정 직원에 좋은 점수를 주라는 청탁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 A 소방령은 심사위원들에게 특정 직원의 이름을 포스트잇에 적어주거나 평가 서류에 기재된 직원들의 이름을 가르키며 “얘 일 잘 한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실제 A 소방령의 추천을 받은 직원 2명은 소방본부로 전입했다.
A 소방령은 본부 전입을 심사하는 2차례의 심사위원회를 직접 꾸리기도 했다. ‘부산 소방공무원 인사 규정’상 과장급인 소방행정과장이 위원회 구성을 맡는다. 다만 이번 상반기 인사 당시에는 과장의 공석으로 다른 부서에서 과장을 겸임한다는 이유로 계장인 A 소방령이 본부장의 최종 결재를 받아 심사위원 26명을 직접 구성했다.
감찰 부서는 A 소방령이 위원회를 직접 구성하고 그 위원들에게 특정 직원을 밀어달라는 취지의 행동을 한 것이 인사 과정에 부정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판단했다. A 소방령의 같은 부서 직원인 B 소방위는 심사 대상에 있는 특정 직원을 잘 봐달라는 취지로 심사위원 3명에게 심사 전 SNS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전입을 부탁해 실제 전입을 한 직원들에 대한 전입 취소 여부 등은 징계 확정 이후 논의될 예정이다.
A 소방령은 “부산본부는 여성 직원 비율이 낮다는 본부장님 말씀을 듣고 특정 여직원들에 대해 좋은 점수를 주라는 취지의 부탁을 심사위원들에게 한 사실이 있다”며 “인사를 담당하는 계장으로서 중립을 지키지 못했다”고 밝혔다.
소방본부 측은 이번 인사 비위가 “위원 개별의 독립성과 비밀이 보장된 절차에서 발생했다”며 인사 부서 직원들의 일탈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소방 조직 안팎에서는 심사위원회 구성부터 최종 인사까지 전 과정에서 본부장 결재가 이뤄졌는데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는 것이 꼬리자르기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번 인사 과정에 대한 감찰은 현직 소방관으로 구성된 심사위원 26명과 A 소방령, B 소방위를 대상으로만 진행됐다. 인사 청탁 과정에서 금품이 오간 정황이나 A 소방령의 상관의 지시·개입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
김조일 부산소방재난본부장은 “여성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워크숍에서 우리 본부의 경우 여성 비율이 적다는 발언을 한 적이 있으나 인사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사실은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감찰 결과에 따라 적절한 대응을 할 계획이다”고 밝혔다.